[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29일 발표된 한미 관세협상 세부 합의에 대해 미국 정부의 설명 내용이 한국 정부의 설명 내용과 차이가 있어 관세협상과 관련해 한미 간 줄다리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워드 윌리엄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29일(현지시간) 엑스에 글을 올려 “한국은 자기 시장을 100% 완전 개방하는 데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대통령비서실 정책실 실장은 29일 경주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국제미디어센터에서 브리핑을 해 이번 한미 관세협상 합의 내용에 대해 “농산물 분야 추가 시장개방은 철저히 방어했다”며 “민감성이 높은 쌀·쇠고기 등을 포함해 농업 분야에서 추가 시장개방은 철저히 방어했고 검역절차 등에서의 양국 간 협력·소통 강화 정도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현재 반도체 관세를 추진하고 있다. 조만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김용범 정책실장은 “상호관세는 7월 30일 합의 이후 이미 적용되고 있는 대로 15%로 인하해 지속 적용하기로 했으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도 15%로 인하된다”며 “품목관세 중에서 의약품, 목재제품은 최혜국대우를 받기로 했으며 항공기·부품, 제네릭 의약품,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은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반도체의 경우에는 우리의 주된 경쟁국인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용범 실장은 “우리나라 대미 최대수출품목인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25%에서 일본, EU(European Union, 유럽연합)와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해 불리하지 않은 경쟁 여건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한국의 대미투자 3500억 달러 사용에 대해 “이들 투자는 대통령이 지시하고 승인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투자 분야로 조선업을 지정했으며 미국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데 최소 1500억 달러가 약속됐다”며 “추가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들에 또 다른 2천억 달러의 투자를 지시할 것이며 여기에는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에너지 기반시설, 핵심광물, 첨단제조업,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터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대미금융투자 3500억 불은 현금투자 2000억 불과 조선업 협력 1500억 불로 구성된다. 2000억 불은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5500억 불의 금융패키지와 유사한 구조다. 다만, 중요한 점은 우리는 연간 투자상한을 200억 불로 설정했다는 점이다“라며 ”다시 말해 2000억 불의 투자가 한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연간 200억불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달러를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으며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업 협력 1500억 불은 우리 기업 주도로 추진하며 우리 기업의 투자는 물론, 보증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특히 신규 선박의 건조·도입 시 장기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선박금융을 포함해 우리의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는 한편, 우리 기업의 선박 수주 가능성도 높였다“고 밝혔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양해 각서) 문안에 명시하기로 했다. 상업적 합리성이란 투자금액을 충분히 환수할 수 있는 현금흐름이 보장된다고 투자위원회가 선의(good faith)에 따라 판단하는 투자를 의미한다“며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국과 미국이 각각 수익을 5:5로 배분하기로 돼 있으나 한국이 일정 기간(20년) 내에 원리금을 상환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수익 배분 비율도 조정 가능한 것으로 서로 양해했다. 미 측이 협의위원회의 검토나 협의와 달리 일방적 투자를 요구할 경우 추후에 미국과 협의를 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