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덕수 총리, 이상민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모두가 8일 ‘당장 사퇴할 생각이 없다’는 소식을 경향 매체가 전했다.
한 총리는 국회 예결위에서 “수사를 지켜보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해, 수사 결과에 따라선 처신을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아직 사퇴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고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종합정책질의 이틀째 이태원 참사 책임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경찰의 책임규명과 재발방지책 및 민생대책 마련을 강조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의 컨트롤타워 부재를 지적하며 관련자 사퇴와 국정조사 추진을 정부·여당에 압박했다.
이 장관도 예결위에서 “책임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할 생각은 없다”고 해, 우선 사고 뒷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사표시와 함께 재발방지책 마련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실로부터 사의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윤 청장은 “책임 있는 공직자”로서 사태 수습과 재발방지책 마련이라는 말로 이 장관과 행보를 함께 하고 있다. “어려운 길”은 바로 뒷수습과 재발 방지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도 사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 회의에서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해서다.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겠다”는 얘기에 대해선 참사 당일 부실 대응했던 경찰에겐 책임을 묻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 총리는 이를 이어 “현 시점에서 보면 집회가 일어나는 용산 쪽 치안을 담당하는 분들이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국가는 분명히 없었던 것이다”는 정부 여당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런 정부 입장은 예결위에서 그대로 노출되었다. “꼬리 자르기만 시작되고 있고, 책임지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정일영 민주당 의원 질의에, 한 총리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런 정부 입장은 예결위에서 그대로 노출되었다. “꼬리 자르기만 시작되고 있고, 책임지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정일영 민주당 의원 질의에, 한 총리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대통령실 경호 때문에 이태원에 경찰이 충분히 배치되지 못해 참사가 발생했다는 민주당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 발언에, “저도 마찬가지”라며, “이태원 일대에 137명 배치돼 있었기 때문에 사건 발생의 핵심은 아니었다”는 윤 청장 응답이었다.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이 ‘마약과의 전쟁’을 강조하면서 경찰이 압사 위험은 경시한 것 아니냐”는 이학영 민주당 의원 질의에, “인과 관계가 다르다”며 대통령 “취임 무렵부터 사회적으로 문제가 심각함을 인식하고 단속하려던 와중이었다”는 윤 청장 응답이었다.
국정상황실 사전 조치 지적이 나왔다. “방역 조치가 해제되면 사람이 많이 몰릴 것이 예견됐는데 국정상황실이 비상근무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혜숙 민주당 의원 질의에, “예의 주시했는데, 이번 경우엔 코로나 이후 갑자기 이런 군중이 모이다 보니 판단이 제대로 안 된 것 같다”는 이진복 정무수석 응답이었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자 추모공간’을 마련하겠다는 한 총리 뜻이 전달됐다. “관련 기관이나 유가족들이 원한다면 시작해야 할 것이다”는 정부 측 입장으로 이해된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한 치의 의구심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를 통해 책임을 묻되, 책임이 없는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희생자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고 국민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해줘야 한다"며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 안전에 만전을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미애 의원은 "더 이상 이태원 참사가 정쟁에 소비돼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의 (강제 수사권 없는) 국정조사 요구로 (이태원 참사가) 쟁점화되면, 세월호 참사를 정쟁으로 소비한 역사에서 보듯 대형 참사 원인 분석과 재난 방지책 마련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 모 의원은 지금도 (개정) 검찰청법에 따라 (이태원 참사를) 수사할 수 있다고 한다. 수사할 수 있나"라고 묻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대형 참사는 굉장히 복합적인 원인이 있어서 조각조각 수사해서는 전모를 밝히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통과를 언급하며 "가장 중요한 게 실체적 진실규명인데 오히려 피해자 인권 보호에 소홀하게 됐다"며 "경찰이 셀프 수사한다고 비난하는데, 그걸 (민주당이) 만들어놓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국민 인권 보호에 부합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다시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너무나 참담하고 슬픈 일이지만 한 가지 주제에 너무 몰입했다"며 연이은 책임 공방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639조원 규모의 2023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우리나라 유권자 4400만명이 귀 기울이고 있는, 또 글로벌 위기와 3고 시대로 힘든 상황에서 정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앞으로 오는 향후 대책에 대해 고민하는 제안보다 너무나 거기에 많은 시간을 몰입하는 현상을 보고, 초선 의원이자 비례 의원으로서 선배 및 지역구 의원들에게 배우고 싶은 게 많은데 그 마음을 접어야 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미흡한 대책이 참사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행사의) 주최 측이 없어도 시민의 안전을 위해 정부와 공무원이 노력하는 건 당연한 의무 아닌가"라며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도, 진상 규명을 위해서라도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마약 수사가 이태원 참사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도 재차 언급했다. 한 장관이 중국과 북한의 연루 범죄를 찾기 위해 마약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장 의원은 한 장관에게 "한 장관이 (마약 범죄 관련) 발언을 하고 나서 온 경찰이 마약 수사에 동원되는 듯한 인상"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을 먼저 살리고 나서 범죄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 장관은 "의원님 말씀의 취지를 이해 못 하겠다. 법무부 장관이 이태원에 대해서 마약 수사를 지시한 것도 아니고, 어떤 이해관계인지 모르겠다"며 "만약 (중국과 북한의 연루 의혹이) 맞다면 범죄인데 수사를 해야만 하지 않겠나"라고 반박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한 총리에게 "어제부터 참사와 사고라는 용어를 섞어서 쓰고 있다"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태원 참사는 정부 책임이 아닌가. 국민 생명을 책임지는 정부 기관 관계자들이 제대로 역할을 못 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 도중 '웃기고 있네'라는 메모를 작성한 사실이 포착돼 논란이 불거진 점도 언급했다.
강 의원은 "이태원 참사로 156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총리는 농담하고, 국무조정실장은 강남역도 인파가 13만명이라고 하고, 대통령실 수석들은 웃긴다고 필담을 나눈다"며 "이번 참사를 대하는 윤석열 정부의 민낯이고 진심"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은 "김건희 여사가 코바나콘텐츠 대표직을 그만뒀는데 왜 대통령실 경호원들이 지금까지 6개월 이상 경호를 맡았나"라며 "거기 있던 경호 인력을 3명만 (이태원 참사에 투입했어도)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기획조정실장은 이와 관련 "사저 지역과 코바나콘텐츠가 같은 건물 안에 있었다"며 "코바나컨텐츠를 지킨 게 아니라 경호 구역 안에서 경호 활동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