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후유증 겪는 국민들... 국가차원서 지원

2022.11.07 11:44:06

희생자 대부분 10대·20대…학생 충격 우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이어지지 않게끔 조치 중요
국가트라우마센터 내 심리지원단을 설치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가 국민들의 정신 건강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압사 사고의 참상이 여과없이 SNS 등을 통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면서 집단 트라우마가 발생하면서 국민적 치유와 회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참사 이후 사고 위험에 대한 경각심 높아져


이태원 참사의 후유증으로 일상에 도사리고 있는 사고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이번 사고로 가장 큰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유족과 피해자들이 더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혐오나 집단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이태원 참사 현장 영상이 온라인 게시물에 유포되면서 유족과 피해자들에게 2차, 3차의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사고 현장의 참혹한 상황을 촬영한 게시물들이 다수 공유되면서 이런 영상을 본 사람들이 ‘사고 영상을 보니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영상을 보다가 껐지만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는 등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영상들이 고인과 유족, 피해자들에게는 더 정신적 충격을 줄 여지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있었던 피해자 목격에 따르면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던 사람들을 눈앞에서 목격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잠을 설치며 힘겨워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극적으로 살아난 이들 중에 참사를 눈 앞에서 목격하거나, 극적으로 살아난 이들은 아픔에 시달리고 있다.

 

 

 

후유증 만성화될 가능성 있어 조기 치료 필요


한 피해 목격자는 “당시 운이 좋아 식당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 뒤에 바로 사고가 났다. 저는 창문 안쪽에 있었는데, 밖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죽고 있었다”며 “나가서 CPR(심폐소생술)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그럴 상황이 아니라 죽는 걸 보고만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게 눈앞에서 돌아가신 분들 얼굴이 눈에 아른거려서 잠을 못자고 있다. 돌아가신 분들과 CPR 도와주는 시민분들, 아무렇지 않게 영상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 얼굴이 계속 생각난다”며 힘겹게 밝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이태원 현장출동했던 경찰관”이라며 “아비규환 현장상황과 사망자들 시신이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사고를 경험하거나 자연재해 혹은 잔인한 사건을 눈앞에서 본 사람 중 일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다. 당시의 공포감이 사건 이후에도 계속 잔상으로 남아 고통을 느끼게 된다. 


전문가들은 “조기에 심리적 치료를 통해서 장기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이어지지 않게 조치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사고 후 바로 생길 수도 있고 몇 년이 지나 생길 수도 있다. 시간에 따라 증상도 변하기 때문에 완쾌가 어려운 장애이기에 조기 심리치료가 중요하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더 이상 사건에 대한 노출은 피해야 될 것 같다”며 “오래 가면 갈수록 문제가 만성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참사 계기 국가차원서 운영하는 트라우마 지원 구축


‘이태원 참사’ 피해자 대부분이 10대·20대로 파악되면서 해당 세대가 겪을 ‘트라우마’ 회복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각 교육지원청별로 윤영되는 초중고 학생은 관내 마련된 학생생활지원단 ‘위(Wee) 센터’에서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위 센터에 소속된 전문 상담순회교사 및 전문상담사는 심리적 위기를 겪는 학생에게 다양한 심리검사 및 심층 상담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주 채 남지않은 상황에 고3 수험생들의 멘탈 관리도 걱정되는 상황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태원 참사 등 수능 직전 멘탈 관리에 방해되는 SNS는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뿐만 아니라 수험생 가족 구성원 모두 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장 고위험군은 유가족과 부상당한 분들일 것이고,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심리지원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끔찍한 사고였기 때문에 미디어를 통해 사고를 접했던 분들의 반응은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꼭 병적인 증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100명 규모의 ‘이태원 사고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축하고 국가트라우마센터,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등과 협업해 유가족과 부상자, 목격자 등 심리지원 대상자 파악에 나섰다. 


유가족, 부상자·동행자, 목격자 등 심리지원을 위해 국가트라우마센터 내 심리지원단을 설치하고 정신건강전문의 및 정신건강전문요원을 투입하여 조기 심리상담을 실시할 계획이다. 

 

홍경의 tkho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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