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참사 관련 '사고' 용어 지적 "기억 조작 시도가 부정 이미지 출발"

2022.11.03 15:09:09

"외국인 송환, 장례 촘촘 지원해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이태원 참사의 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통일한 정부의 지침을 두고 “‘사고’ 또는 ‘사망자’는 최대한 무색투명한 용어를 쓰고 싶다는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며 “‘참사’ 표현이 맞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정부의 부실 대처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회 운영위원회가 2일 국가인권위원회를 대상으로 연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한 정부의 공식 표현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31일 발송한 '이태원 사고 관련 지역 단위 합동분향소 설치 협조' 공문에서 '이태원 사고 사망자'로 쓰도록 안내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관련 '사고' 용어 사용을 지적하면서 "기억 조작, 지우려는 시도가 부정적 이미지 출발"이라고 비판했다.


송 위원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인권위 국정감사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비참한 사고라고 생각하면 줄여서 ‘참사’”라며 “우리가 느끼는 감성, 어떤 평가 이런 것을 가미한 표현은 ‘참사’ 또는 ‘희생자’ 이런 표현이 (맞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참사’를 ‘사고’로, ‘피해자·희생자’는 ‘사망자’라고 표기하라는 지침에 대해 “중립적인 표현일 뿐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3일 민주당 이수진 원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참사를 사고라고 쓴 이유에 대해 외국인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때문이라고 어이없는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억을 조적하고 지우려는 시도가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의 출발"이라며 "정부는 외국인 희생자들이 가족에게 돌아가는 길에 예우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정부는 중립적 용어를 쓰기 위해 그렇다는데 변명과 핑계에 불과하다"며 "이미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공권력의 실책이 드러나고 있으니 명백한 참사"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국민이 오해하지 않도록 몇 가지 짚고 넘어가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이미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과 참사'라고 발언해 이미 참사라는 용어를 썼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다만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의하면 사회재난은 사고라는 용어를 법률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피해자를 사망자, 실종자, 부상자 등으로 표현한다"며 "행정부에서 용어를 사용한 걸 갖고 마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거나 진실을 덮을 것처럼 발언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에서 외국인 26명이 사망했음을 상기하고 "참사 엿새째인 오늘까지 발인을 마친 희생자는 7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본국 송환 과정에서 이송업체들이 웃돈을 요구했다니 더욱 맘이 아프다"며 "정부지원금이 장례를 마친 뒤 지급되는 탓에 송환 비용을 모금한단 소식도 들린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희생자 본국 송환과 장례에 대해 정부가 더 촘촘하고 빠르게 지원할 것을 요청한다"며 "법과 근거, 절차를 따지기 전 희생자를 먼저 생각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여야는 참사 당시 영상 유포, 악성 댓글 등으로 2차 가해가 이뤄지는 데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은 "희생자들을 비난하고 혐오하는 댓글들이 많이 있고, 사진, 영상이 SNS에 무분별하게 유출되고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잔인한 글들도 있다"며 "2차 가해나 혐오 표현 자제를 인권위 차원에서 발표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오영환 의원도 "방송 뉴스, SNS상에서 참사 당시 영상이 퍼지고 있는데 이는 기본적인 인권 보호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을 비방하는 온라인 악성 댓글에 대해서도 인권위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 위원장은 또 ‘주최자가 없어서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사고’라는 태도를 보인 정부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번 참사를 인재라고 볼 수 있느냐’는 박영순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한 그는 “(이번 참사로) 주최자가 없고 관리 책임자가 없는 경우야말로 국가 또는 지자체가 책임 주체라는 걸 확실히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정부의 대응을 두고) 국민들이 이렇게까지 허술했었나, 책임지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었던 것인가, 놀라고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저도 그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정부의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에 직권조사 발동을 검토할 의사가 있느냐’는 천준호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내부 검토를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홍경의 tkho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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