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생중계된 비상경제민생회의에 대해 "비상도, 경제도, 민생도 없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야·정 국민안전대책회의 같은 초당적 협력기구 설치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로 불리는 채권시장 불안과 윤석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지적하면서 정부의 경제위기 인식, 대응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28일 대구에서 열린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이재명 대표는 현 경제 상황을 '비상한 시기'로 평가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다시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정치 보복, 야당 탄압에 국가 역량을 소모할 때가 아니라 초당적 협력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가 리스크를 감당하고 완화, 해소해야 한다. 정부가 리스크 중심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물가, 환율, 이자 부담에 더해 김진태 발 금융위기 때문에 자금시장이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민생과 경제 위기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이럴 때일수록 장밋빛 전망으로 자화자찬하고 펀더멘탈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 IMF 사태 당시의 당국자 발언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위기를 인정하고 심각성을 인지해 대책을 신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통시장의 화재 피해를 두고 정부 책임론도 제기했다. 그는 "전통시장 현대화와 화재 예방 시설 개선에 필요한 예산과 입법도 서두르겠다. 자영업자들에 도움이 된 지역화폐 예산을 반드시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서 “지금 가장 큰 현안은 채권시장이 얼어붙은 것, 그리고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여러 기업들이 도산할 가능성”이라며 “이걸 하나의 주제로 놓고 토론해 대책과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어제는 각 부처별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보고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런 것은 (비상회의가 아닌) ‘보고회’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불안에 잠긴 국민들이 볼 때는 너무 한가해 보이지 않았나, 비상하지 않고 한가해 보이면 비상회의가 아니다”라며 “피가 마르는 기업들은 망하냐 마냐 초를 다투고 있는데 농담이나 찍찍하는 회의”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을 겨냥해 “쇼하지 말라고 해놓고 쇼를 해버렸다”고도 했다.
우 의원은 베트남 출장을 떠난 김진태 강원지사에 대해서도 “이 사람 제정신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김 지사는 전날 베트남에서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경색 사태와 관련해 보증채무를 이행하겠다고 유감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우 의원은 “(김 지사가) 지금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지 모르고 한가하게 베트남 갔다.
이 사람은 자격이 없다”며 “(회의에서도) 김진태발 자금 경색 가능성에 대한 대책을 내놔야지 무슨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얘기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정부는 전날 회의에서 내년부터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등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비상경제민생회의에 대해 "장밋빛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만 잔뜩 늘어놓은 쇼"라며 "회의 이름은 비상이었는데 전혀 위기감을 느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누구보다 비상한 인식을 갖고 회의를 주재해야 할 대통령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앉아 멀뚱거리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다"며 "이번 회의는 정부가 문제 해결 의지, 노력, 대책이 없다는 것만 재차 확인한 적신호 그 자체"라고 비난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아닌 비 경제대책회의"라며 "김진태발 사고가 돈맥경화를 만들어 냈는데 김진태 강원 지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하나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어제 비 경제대책회의엔 농담만, 대통령의 안일함만 있었다"며 "대통령이 웃으면서 대기업들 위한 대책을 내놓으라 했는데, 대기업 위한 대책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소상공인, 서민을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은숙 최고위원도 해당 회의에 대해 "뭔가 문제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의 회의"라며 "지나치게 실력 없는 분들로 인해 너무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지사에 대해 "광역단체장이 국가에 이렇게 큰 피해를 준 사례가 있는가", "국회 탓을 하는데 국회가 김 지사에게 대형사고를 치라고 권유했나. 적반하장"이라며 사퇴를 요구하고 직권남용 수사 필요성을 거론했다.
임선숙 최고위원은 "막대한 재정을 엉뚱한 곳에 쏟아 붓게 된 이유는 나라 살림은 뒷전에 두고 야당 탄압, 이재명 정치 보복, 전 정권 흔적 지우기에 골몰했기 때문"이라고 가세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세도 전개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관함식 참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유죄 확정 판결 등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뤄졌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우리 측의 일본 관함식 참석을 상기하고 "우리나라 해군이 욱일기를 단 함정에 경례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친일 DNA가 다시 살아나는 건가"라며 "재고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김태효 1차장이 군사기밀 유출 문제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대한민국 안보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실 내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자가 국가기밀을 고의로 유출한 사실이 확정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 유엔 총회 순방 당시 정상회담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한일, 한미 회담이 확정된 것처럼 발표해 국제적인 망신을 사게 한 대참사의 당사자"라는 등의 비난을 내놓았다.
한편 이날 최고위는 매천시장 화재 계기에 대구에서 진행됐다. 최고위 전 현장 방문 일정이 있었으며, 이후 이 대표는 회의에서 피해 위로 발언을 하고 여야정 국민안전 대책회의 등 초당적 협력 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