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야당의 김현숙 장관 퇴장 요구로 개의 15분 만에 파행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25일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미니부처인 여성가족부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여가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시작되자마자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하고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자격 없는 장관에게 질의할 내용이 없으니 김 장관의 퇴장을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이 의원은 이어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사람이 장관으로 앉아서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국정감사를 받겠다는 것이냐. 일을 안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고한 유리천장과 일상 속 성차별도 여전하다"면서 "여가부 장관으로서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지 여가부가 더 강력해져야 하는 것 아닌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가부를 폐지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가족, 청소년, 양성평등, 폭력피해자 지원 업무는 보건복지부와 통합하고 여성고용 지원 업무는 고용노동부로 이관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한 뒤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정감사는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장관이 무슨 자격으로 국회의 국정감사를 받겠다는 것이냐"며 "스스로 퇴장하라"는 야당 항의로 시작 13분 만에 중지됐다. 김 장관은 국감이 속개한 뒤 인삿말과 업무보고를 할 수 있었다.
김 장관은 "정부조직 개편의 취지와 내용에 대해서는 여기 계신 위원님들을 비롯해 국회, 현장종사자, 관련 전문가와 소통하고 있다"며 "개편 후에도 여가부가 수행하고 있는 여성·가족·청소년 정책이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뒤이은 업무보고에서 여가부가 ▲다양한 가족유형별 맞춤형 지원 강화 ▲미래 인재로서의 청소년 성장 지원 ▲5대 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 ▲양성평등정책 총괄·조정 및 경력단절여성 지원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부모가족 양육비 지원 기준을 중위소득 52%에서 내년 60%로, 청소년 한부모 아동양육비 지급대상은 중위소득 60%에서 65%로 확대한다. 양육비를 내지 않는 양육비 불이행자에 대한 출국금지 기준을 채무액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춰 제재조치를 강화했다.
오는 2024년까지 위기청소년 통합지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관련 기관 간 정보를 연계하고, 청소년쉼터 등 청소년복지시설을 확충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학교 밖 청소년 직업체험프로그램은 지난해 9개 시도에서 올해 14개 시도로 확대됐다.
권력형 성범죄, 디지털성범죄,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범죄 등 5대 폭력 관련 남성 피해자 보호시설 설치를 추진하고,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도 확충했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성폭력 사건을 여가부 장관에게 통보한 후 3개월 내 제출하는 재발방지책을 1개월 내에 제출하도록 하고, 미이행 시 과태료 등 제재조치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스토킹 피해자 지원과 관련, 피해자 특성을 고려한 치유프로그램 및 긴급주거지원 시범운영, 스토킹 피해여부 평가도구 개발 및 인식개선 교육도 내년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여성 경력단절 문제와 관련해선 신기술·고부가가치 등 미래유망직종 직업훈련과정을 확대하고, 경력단절 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노무·법률상담, 경력설계·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가부의 내년 예산은 올해 본예산(1조4650억 원)보다 5.8% 증액한 1조5505억원으로 편성됐다. 가족정책이 66.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여성정책 15.9%, 청소년 정책 15.3% 순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장 내 각자 자리에 놓인 노트북에 '윤석열 대통령님! 여가부 폐지해도 지지율 안 올라요', '여가부 폐지 세계적 망신 #여가부폐지반대' 등 문구가 쓰인 피켓을 내걸었다.
여가위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여가부 폐지밖에 모르는 김현숙 장관 사퇴하라'는 피켓을 세우고 반발했다.
그러자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것은 국정감사가 아니다. 장관을 퇴장하라니, 우리도 다 같이 퇴장하겠다"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붙인 피켓을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발전적인 해체 적극 환영'이라는 피켓을 내걸며 맞불을 놨다.
조 의원은 "저런 것을 들고 와서 시위하는 것이 국정감사장이냐"라며 "우리는 정정당당하다, 다 같이 떼고 하자"고 요구하자 여야 의원들이 상대를 향해 고성을 지르며 신경전을 벌였고, 민주당 소속 권인숙 여가위원장은 국감 시작 15분여 만에 정회를 선포했다.
20분 만에 국감이 재개됐지만 여야는 여당의 '촛불집회 보조금 전면환수' 피켓 문구를 놓고 다시 충돌했다.
앞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반정부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청소년 단체 등이 여가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자, 여가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보조금이 목적을 벗어나 사용됐다면 전액 환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유정주 의원은 "위협적인 표현으로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 피케팅을 멈출 수 있도록 위원장이 조처해달라"고 요청했다. 양이원영 의원도 "헌법에 있는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고, (어떤 시민단체가) 촛불집회를 주최했던 참여했던 무슨 상관이냐"며 따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도떼기시장처럼 의사진행 발언을 한다"고 비꼬았고, 같은 당 정경희 의원도 "(야당은) 의사진행발언을 하든 질의를 하든 꼬투리를 잡는다"고 꼬집었다.
신경전이 이어지자 권 위원장은 양당 간사에게 피켓 제거를 논의하라며 두 번째 정회를 선포했다.
한편,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이 "문재인 정부 여가부가 유치원생에게까지 동성애를 집단 학습시키며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변질시켰다"고 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권 위원장은 이에 대해 "여가부와 여가위는 사회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곳"이라며 "이곳에서 성적 소수자를 혐오하는 발언을 듣게 될 줄 몰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