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KDB산업은행이 정책자금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일부 항공사로부터 수조 원대 예금을 예치했다는 주장이 14일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산업은행에 1조9671억원의 자금을 예치했다. 수시입출금식 예금과 정기예금, 퇴직신탁 등의 금융상품을 통해 이뤄졌다.

산업은행이 정책자금을 지원한 항공사로부터 수조원대의 예금을 유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시아나항공도 수시입출금식 예금, 정기예금, 퇴직연금 등으로 1조9163억원을,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각각 71억원, 101억원의 퇴직연금을 산업은행에 예치했다.

박 의원은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산은이 '슈퍼갑'의 입장에서 어려운 기업을 대상으로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는 '꺾기' 영업행태를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경기침체와 자금압박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해 국책금융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건들은 구속성 예금에 해당되지 않는다"라며 "각 회사의 내부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여유자금 운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2020년 11월 양대 국적항공사 통합을 위해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한진칼은 이 자금으로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 대금으로 아시아나항공에 1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3309억원이던 대한항공의 산업은행 예금은 2021년 1분기 1조7494억원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아시아나항공도 2020년 3분기 3924억원이던 산업은행 예금이 2021년 1분기에 1조1303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또 박 의원 측은 항공사들이 일반 운영자금도 산은에 몰아준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를 위한 정책자금 8000억원 가량을 제외하고도 1조원 이상의 운영자금을 산은에 예치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대한항공 통합과 관련된 자금 9000억원 이외에 회사의 운영 자금 1조원 정도를 산은에 예치했다.

박재호 의원은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산은이 '슈퍼갑'의 입장에서 어려운 기업을 대상으로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는 '꺾기' 영업행태를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경기침체와 자금압박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국책금융기관으로서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은은 “본건은 구속성 예금에 해당되지 않으며 각 회사의 내부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여유자금 운영”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