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부동산원이 택지비 검증을 완료한 31건 중 대부분이 당초 제출한 택지비보다 가격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 상한제를 위해 부동산원이 무리하게 택지비를 낮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 운영을 위해 한국부동산원이 택지비 검증을 완료한 31건 중 대부분이 당초 제출한 택지비보다 가격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 상한제를 위해 부동산원이 무리하게 택지비를 낮춘다는 의혹이 나온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부동산원 내부문건에 따르면 31건 중 검증 전과 후가 동일한 8건을 뺀 23건은 택지비가 깎였다. 10% 이상 깎인 경우는 5건이었고, 변동률이 가장 큰 건은 18%나 됐다.
이날 의원실 관계자는 "부동산원이 받은 사업별 수수료가 적게는 200만원 미만 많게는 6000만원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유 의원 측은 부동산원의 택지비 검증이 정비사업 지연 요인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에 택지비 검증을 없애고 비용을 현실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토부는 지난 6월 원자재값 상승에 따라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택지비 산정방식은 개편안에서 제외했다.
문재인 정부는 민간택지에 공급하는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로 이뤄져 있다. 택지비는 제건축·재개발 조합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에서 2인 이상의 감정평가법인 등에게 감정평가를 의뢰하고, 제출받은 택지비는 부동산원의 택지비 검증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감정평가사들이 택지비를 관련 법에 따라 적정하게 평가했어도, 부동산원은 평가금액이 시세보다 현저히 낮지 않으면 검증을 반려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주택 분양가격을 '택지비+건축비(기본형건축비+건축가산비)'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제도 시행 후 지자체가 분양가를 승인하기 전 택지비를 포함한 7개 항목을 제출받게 돼 건설사가 폭리를 취할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택지비는 아파트 분양가 평가 시 전체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해 가장 민감하게 고려된다. 이에 부동산원은 택지비가 합리적 근거 없이 표준지공시지가와 현저히 차이 나는 등 부당하게 평가되면 반려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유 의원은 업계에서 주장하는 부동산원의 '깜깜이 심사 논란'을 꺼냈다.
유 의원은 '감정평가사들이 택지비를 관련 법에 따라 평가해도 부동산원이 시세보다 현저히 낮지 않으면 (평가액) 검증을 반려한다는 의혹이 있다"며 "조합 측은 이 제도로 인해 분양가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분양가엔 지자체의 감정평가 비용뿐 아니라 부동산원의 검증비와 지연에 따른 비용이 반영된다.
조합 측은 이 제도로 분양가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자체의 감정평가 비용뿐 아니라 부동산원의 검증비용, 지연에 따른 비용이 모두 최종 분양가에 반영되는 구조라서다. 부동산원이 택지비 검증제도 시행 이후부터 약 3년간 지급받은 검증 비용은 10억원 수준이다.
택지비 검증제도가 정비사업 지연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서울시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에 부동산원의 택지비 검증 절차 폐지와 택지비 현실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급격한 원자재 값 상승 등으로 국토부가 지난 6월 분양가 상한제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정비업계가 가장 불만으로 삼는 택지비 산정방식은 이번 개편안에서 제외된 바 있다.
유 의원은 "정부의 통제를 받는 부동산원이 마음만 먹으면 택지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구조"라며 "새 아파트 토지가격을 수십 년 된 아파트 토지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묶어두는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과도한 분양가 규제를 완화해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펼친 만큼 시세보다 턱없이 저렴해야 인정되는 택지가격 검증제도에 대한 개편안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정비사업 단지의 택지비를 감정평가사들의 평가액보다 수천억원을 깎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의원실이 입수한 '한국부동산원 택지비 검토 전후 택지비 변동분 현황'에 따르면 부동산원은 최근 정비사업 단지의 택지비를 감정평가사들의 평가액보다 최대 8천200억원 더 낮췄다.
유 의원은 "택지비를 기존 대비 두 자릿수 비율로 낮춰 '로또청약'이란 또 다른 투기를 낳았다"며 "정부는 택지가격 검증제도를 하루빨리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