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일본계 한국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가 반한·혐한을 주도하는 일본 극우파의 주장 대부분을 고스란히 차용하고 있는 한국 내 ‘신친일파’를 정면 비판했다. 한일 관계 연구를 30년 넘게 지속해온 학자로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반일 종족주의>의 왜곡과 오류를 바로잡으며, 정치적 논리를 떠나 역사적 진실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역사 왜곡을 심화시키는 세력들

거듭된 정책 실패와 스캔들로 인한 불만의 목소리를 외부로 돌리기 위해 한일 관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아베 정권은 자민당 내 강성 우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강성 우파는 일본 내 반한·혐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일본의 극우세력과 궤를 같이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극우세력이란 1997년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 이어 극우 단체 ‘일본회의’를 결성해 역사 왜곡을 심화시키는 데 주체적인 역할을 한 세력과 그 추종자들을 일컫는다.
그런데 일본 극우 세력에 동조하는 집단이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일본과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에도 이와 같은 부류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19년 7월 <반일 종족주의>를 출간한 저자들이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그들을 ‘신친일파’라고 규정한다. 일본에서 반한·혐한을 외치고 있는 일본 극우 세력의 주장 대부분을 고스란히 차용하고 있다. 특히 대표 저자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장 이영훈은 과거에 일본 극우 성향의 도요타 재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식민지 연구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 기적에 가까운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바탕은 일제 강점기의 기반에서 비롯됐다는 ‘식민지 근대화론’도 그때를 전후해서 구체화됐다.
일본 극우파의 주장을 차용
이영훈 등이 공동 집필한 책 <반일 종족주의>에는 많은 왜곡과 오류가 드러나 있다. <반일 종족주의> 속에는 역사적 진실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본 극우파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강제징용 관련 이영훈은 ‘미불금이나 미수금의 문제가 재판의 본질’이라는 큰 거짓말을 했다고 호사카 유지 저자는 지적한다. (강제징용 등)원고가 받지 못했다고 하는 통장이나 미불금, 미수금이 이번 재판의 쟁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불금, 미수금의 지급 문제는 1965년 청구권 협정에서 모두 끝난 문제로, 2018년 10월 이후 한국 대법원은 미수금이나 미불금을 문제 삼지 않았다. 원고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영훈의 판결에 대한 이해는 처음부터 잘못돼 있거나 의도적인 논점 흐리기라고 호사카 유지는 말한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해서도 오류를 꼬집었다. 조선의 기생제와 공창제가 일본군 ‘위안부’ 제도로 발전됐다는 논리는 하타 이쿠히코가 제공했고, 조선 여성들이 가부장적인 아버지에 의해 기생집으로 팔려 ‘위안부’가 됐다는 것은 일본의 대표적인 우파 논객인 니시오카 스토무의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강제연행이나 취업 사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책임은 모집업자들에게 있다는 논리는 일본의 우파 논객들이 거의 다 사용한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우파 논객들이 즐겨 사용하는 논리가 새삼스럽게 한국에서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 속에 다시 등장한 셈이다.
칙령 제41호에 나온 석도는 독도가 아니라 오늘날의 관음도라는 이영훈의 주장도 반박한다. 이영훈은 그 이유로 울릉도에 속하는 ‘사람이 사는 섬’이 관음도와 죽도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주장은 큰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관음도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다. 최근에는 울릉도 본도와 관음도에 다리가 만들어져서 관리하는 사람이 사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2010년까지 관음도에는 역사적으로 사람이 살지 않았다. 그리고 1900년 칙령 제41호가 반포됐을 때만 해도 관음도에는 ‘도항’이라는 제 이름이 있었다. 그런데 왜 칙령 제41호에 도항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석도’라는 명칭을 썼을까. 그 이유는 석도가 관음도 즉, 도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1882년에 이름을 상실하고 이후 울릉도 사람들이 돌섬이라고 부른 독도를 석도石島라는 한자로 부른 것이다.
저자는 ‘가해자인 일본이 역사 앞에 진실해지지 않는 한, 한국과 일본의 화해나 공동 번영은 불가능하다’고 이 책을 펴낸 목적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