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경기 수원시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의 박춘풍(56·중국동포)씨와 '시화호 토막살인' 사건 김하일(47·중국동포)씨가 각각 항소심에서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박씨와 김씨는 항소심에서 뇌 영상 촬영 등 감정을 받고 사이코패스나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다. 재판부가 이 같은 감정 결과에 대해 증거능력이 있다고 밝힌 만큼 양형 판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상준)는 2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게 원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김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인격 장애를 앓고 있고 정신상태나 판단 능력이 기질성 뇌 손상 때문에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계획성이 없는 점, 현재 반성하고 있는 점, 교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사형은 무겁다"면서도 "범행의 잔혹성, 엽기성 등을 종합해 고려하면 1심의 형이 너무 중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 명령에 대해서는 "살인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이례적인 뇌 영상 촬영 등 감정으로 주목을 받았던 박씨의 뇌 감정 결과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의미있게 고려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감정 결과 박씨가 사이코패스는 아니라도 기질적 인격 장애 진단이 가능하다고 나왔다"며 "재범 위험성과 경제성, 정신 질환 여부 등에 의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고 해 이 부분을 의미있게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의 전두엽 손상이 충동성이나 죄책감 결여 행동의 악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며 "사이코패스 여부가 양형에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지는 호언할 수 없지만 이 사건 범행 전후 심리상태를 볼 때 사이코패스가 아니더라도 모종의 인격 장애, 뇌 손상이 일부 이런 잔인하고 엽기적인 사체 처리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씨 측은 어렸을 때 사고로 눈을 다쳐 뇌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며 이화여대 뇌인지과학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증인으로 나선 이화여대 뇌인지과학연구소 김지은 교수는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은 정상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이코패스나 반사회성 인격장애로 진단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또 한림대 조은경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사이코패스 검사(PCL-R) 결과, 박씨가 고위험 사이코패스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수원시에 소재한 자택에서 동거녀 A(당시 48세·중국동포)씨를 목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수원 팔달산 등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살인을 계획한 후 동거녀를 유인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기본 가치를 훼손해 사회로부터 영구히 분리시키는 중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이른바 '시화호 토막살인'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김하일(47·중국동포)씨에 대해서는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김씨 역시 박씨와 함께 뇌 감정을 받고 사이코패스나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아니라는 진단을 받은 데다, 재판부도 김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내용과 관련 양형 기준, 유사 사례 등을 봤을 때 사형은 어렵다는 것이 우리 재판부 판단"이라며 "30년형은 이 사건의 경우에 적정한 형이라고 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김씨의 뇌 감정 결과 고위험 사이코패스로 보기는 어렵지만 다소 공감능력이 부족한 면모를 보이고 충동에 대한 통제가 다소 결여된 것은 아닌가 하는 판정은 받았다"면서 "그렇지만 지금까지 지내온 여러 정황을 추적해보면 원래 반사회성을 두드러지게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심에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반면 김씨 측 변호인은 "사건 당시 김씨가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는지 감정 결과 등을 검토해달라"며 "당시 심리적·육체적으로 피로한 상태에서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범행에 이르렀고 현재 깊이 후회하며 사죄하고 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김씨는 지난 4월 경기 시흥시 자신의 집에서 부인 한모(42·여·중국동포)씨를 살해한 뒤 다음 날 시신을 훼손해 시화방조제 등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고귀한 생명을 해친 것뿐만 아니라 은폐를 위해 시신을 토막내는 엽기적인 만행을 저질렀다"며 "죄질이 좋지 않아 중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