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내년총선 지도체제 문제를 놓고 핑퐁게임을 벌여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정면충돌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자칫하면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 대표는 당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문·안·박 공동지도체제’를 제안했으나, 안 전 공동대표는 ‘혁신 전당대회’로 역제안을 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지난 3일 안 전 공동대표의 ‘혁신전대’를 거부하고 현행 지도체제 유지를 통해 본인 주도로 혁신 작업과 총선 준비를 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안 전 공동대표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표에게 자신의 혁신전대 제안 거부를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이제 더 이상 어떤 제안도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다. 묻지도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이는 문 대표의 답변 여부에 따라 다른 정치적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뜻으로,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한 달 가까이 '핑퐁'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는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와 '혁신전당대회'를 놓고 제안과 역제안을 해가며 한 달 가까이 핑퐁게임을 해왔다.
문 대표는 지난달 18일 광주를 방문, 안 전 대표에게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를 전격 제안했고, 안 전 대표는 같은 달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연대를 거부하며 본인과 문 대표가 모두 참여하는 '혁신전당대회'를 역제안했다. 이는 사실상 안 전 대표의 당권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문 대표는 이에 대해 이달 3일 기자회견을 갖고 "전당대회는 해법이 아니다"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 지도체제로 총선을 이끌 뜻도 분명히 했다.
문 대표는 대신 '안 전 대표의 10대 혁신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키로 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안 대표에게 화해의 제스추어를 한 것'이라는 해석과 '탈당의 명분을 없앤 것'이라는 해석이 교차했다.
그러자 안 전 대표는 6일 '혁신전당대회'를 재차 요구하며 '배수진'을 쳤다. 이어 7일 '칩거'에 돌입했다.
그는 문 대표에게 "저와 함께 당을 바꿔나갈 생각이 없다면 분명히 말하라"며 "더이상 어떤 제안도, 요구도 하지 않겠다"고 발언, 사실상 탈당 가능성을 열어뒀다.
◆안철수 ‘칩거’ 문재인 ‘당혹’…文 “전대말고, 다른 협력체제”
안 전 대표 측 관계자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자택에서 승합차를 타고 서울을 떠났다.
안 전 대표 측은 안 전 대표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향후 거취를 결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가 칩거기간 동안 전국을 돌며,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과 만나는 등 정국구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부산으로 이동, 장제국 동서대 총장의 부친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는 일주일 정도 지방에서 보낼 예정이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돌아온다는 말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문 대표가 혁신전대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을 경우, 예정보다 빨리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 체제로 총선을 치르겠다고 선언하고 당명개정, 당무위 가동 등 드라이브를 걸어온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의 최후통첩에 당황하는 눈치다.
문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안 전 대표의 '혁신전당대회' 재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도 좀 대답을 하기가 좀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어쨌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함께 손을 잡고 단합하고 협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번 제가 그 방안으로 이른바 '문·안·박 공동지도체제'를 제안했는데, 만약 그 방안이 적합하지 않다면 또 다른 방안으로 협력체제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이 나아갈 길은 그런 통합과 화합의 길"이라고 덧붙였다.
◆비주류, 조직적 당무거부 움직임…구당(求黨)모임 발족
분당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비주류도 조직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분당' 보다는 '구당'(求黨)에 방점을 찍었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지난 4일 최고위원회에 불참한데 이어 이날 최고위원회에는 주 최고위원과 이종걸 원내대표, 최재천 정책위원장 등 비주류 지도부들이 모두 불참했다.
이 원내대표와 최재천 정책위의장의 불참은 당 대테러TF(태스크포스)'회의 참석 때문이었지만, 사실상 비주류 당무거부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새정치연합 비주류 모임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는 이날 발전적 해체를 선언하고 '야권 대통합을 위한 구당모임'(약칭 구당모임)을 새로 발족했다.
이들은 현 지도부 체제로는 총선승리가 어렵다는데 뜻을 같이 하며, 문 대표, 안 전 대표의 살신성인을 촉구했다. 아울러 야권대통합과 혁신을 실천하는 전당대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구당모임에는 김영환·강창일·신학용·김동철·장병완·김영록·노웅래·문병호·유성엽·이윤석·정성호·황주홍·박혜자·최원식 의원이 참여하며, 앞으로 매일 오전 8시 회동을 갖기로 했다. 간사는 노웅래 의원이 맡는다.
하지만 당 외부에서 천정배·박주선 의원 등이 신당창당 작업을 하고 있고 당내 비주류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어, 안 전 대표가 탈당을 결심할 경우에는 분당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안철수 불통에 당내 불만고조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의 불통(不通)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당의 전·현직 지도부이자 대선주자군인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언론을 통해 제안과 역제안을 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양측의 소통부재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문·안·박'과 '혁신전당대회' 사태를 보니 문 대표과 안 전 대표의 불통이 심각한 수준이더라"며 "같은 당에서 함께 일하는 당의 전현직 지도부가 아무런 사전 소통없이 언론을 통해서 제안과 역제안을 하는 모습을 보며 당 내에서도 정말 소통이 안 되는구나 싶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같은 당이고, 같은 비전과 노선으로 여권과 대립하고 있는 관계 아니냐"며 "밥 먹고, 술 마시며, 자주 통화하고 만나서 당의 현안에 대해 논의하면 좋을 텐데…. 다른 당 끼리도 이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 대선을 거치며 양측에 앙금이 남았고, 이게 해소되지 않고 점점 깊어지고 있다"며 "이 정도면 심각한 수준이고, 이대로는 총선과 대선이 힘들겠다는 느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