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근 기자 2015.12.04 20:04:42
[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삼성그룹은 부사장급 이하 201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승진 규모를 최소화했다.
부사장 29명, 전무 68명, 상무 197명 등 총 294명에 달했다. 지난해(353명)보다 무려 59명이나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 2009년(247명) 이후 최소 승진 인사다.
실적이 있는 곳에 '승진', 부진한 곳에 '문책' 인사가 뒤따랐다. 특히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인 스마트폰, TV 등의 부진 여파로 승진자가 줄어들었다.
삼성은 성과주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면서도 미래에 대한 준비를 소홀하지 않았다. 승진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44명의 발탁 인사를 통해 조직 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동기부여도 나섰다.
성과주의와 신상필벌의 기조는 여전했다. 삼성은 승진자를 줄이는 대신 나이와 연차를 불문하고 탁월한 실적을 거둔 인재에 대해선 파격적인 발탁 인사를 통해 삼성형 '패스트 트랙'을 만들었다.
◆우수 성과자 중심으로 발탁인사
발탁인사는 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와 반도체에서 많이 나왔다.
이번 인사에서 원래 기한보다 2년 빨리 승진한 임원은 삼성전자의 김학래 전무다. 그는 생산 전문가로 꼽힌다. 갤럭시6에 들어가는 글래스와 메탈 케이스 공정 개선을 담당했다.
삼성전자 김강태 신임 상무도 2년이나 빨리 발탁 승진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설계 전문가로 삼성이 독자 개발한 타이젠 플랫폼의 성능을 개선하는데 기여했다.
심상필 삼성전자 신임 전무는 반도체 공정 개발 전문가다. 세계 최초로 14나노 핀펫 공정개발과 양산을 주도해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이끈 점이 높이 평가됐다. 김후성 삼성전자 신임 상무는 낸드플래시 전문가로 세계 최초 14나노 낸드플래시 개발에 이바지한 점을 인정받았다.
금융계열사에선 삼성생명 정연재 신임 상무가 동탄오산과 부평 등 지역사업단 성과로 발탁 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 빌딩영업 전문가인 삼성물산의 김정욱 신임 상무도 발탁 승진됐다.
◆여성 임원 승진자 9명에 달해
여성 인력의 승진도 도드라졌다. 이번에 승진한 여성 인력은 9명이다. 신규 선임자는 8명에 달했다. 성과주의의 연장선이다.
삼성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유한 여성인력을 임원으로 발탁함으로써 여성 특유의 장점을 살리는 한편 여성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되도록 했다"고 전했다.
그는 "개발 분야에서의 첫 여성 부사장 승진을 통해 삼성은 여성 엔지니어들에게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삼성SDI의 김유미 전무는 소형전지부터 중대형까지 포괄하는 전지 개발 전문가다. 자동차 전지 수주 확대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성은 삼성전자 신임 상무(생활가전), 김현숙 신임 상무(생활가전), 박정미 신임 상무(무선 마케팅), 지송하 신임 상무(마케팅), 김수련 신임 상무(반도체), 김민정 신임 상무(사업기획), 김다이앤 삼성SDS 신임 상무(물류사업 개발 및 영업), 박남영 삼성물산 신임 상무(패션부문 상해법인 상품담당) 등도 여성 임원 승진자 명단에 들었다.
◆우수한 외국인 전문가들도 중용
외국인 전문가 중용 기조도 이어졌다.
해외법인 우수인력의 본사 임원 승진을 통해 국적과 관계없이 핵심인재를 중용하는 삼성의 인재제일 철학을 실현하고 글로벌화와 조직 내 다양성을 제고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상품전략담당 저스틴데니슨 VP는 모토로라, 노키아 출신의 휴대전화 상품전략 전문가로 북미 시장 전략제품 런칭과 판매전략 수립을 주도해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생산법인 기술담당 마이클 레이포드 VP(상무 승진)는 반도체 제조 전문가다. 선행 제품 양산체계 구축과 14나노 제품 적기 양산을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판매법인 영업담당 케빈몰튼 VP는 메모리 영업·마케팅 전문가다. 고객사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미국 내 메모리 매출 확대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신임 상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 중국 반도체판매법인 영업담당 제이디라우 VP(상무 승진)는 화북지역 반도체영업 책임자로 거래선 신뢰관계 구축과 신규 사업 확대를 통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사장단 인사에 이어 이번 임원인사도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인사원칙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그룹은 사장단과 임원 인사와 맞물려 진행된 퇴임 통보와 임직원 계열사 이동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삼성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부진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임원감축을 진행했다. 퇴직대상에 오른 임원들에게 퇴임을 통보했다. 임원 2000여명 가운데 20% 가까이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