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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못지 않은 캐릭터 몸값

정춘옥 기자  2007.11.27 1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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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몸보다 크다. 잘생긴 얼굴도 아니고, 잘빠진 몸매도 아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모델이다. 그것도 꽤나 잘나가고 있는 모델이다. 바로 인기 캐릭터들이다.
최근 캐릭터들이 기존의 봉제 인형이나 팬시 용품 분야에서 벗어나, 광고 모델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 중 국산 캐릭터로는 마린블루스, 판다독이, 해외 캐릭터로는 스누피, 헬로키티 등이 주목 받고 있다. 마린블루스는 현재 ‘피플투’라는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홍보하는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스누피는 미국 최대의 생명 보험사인 ‘메트라이프’의 모델로 22년 동안 활동해오고 있다. 메트라이프는 스누피와의 제휴를 통해, 보험사의 보수적이고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하였다. 헬로키티는 일본 지하철의 안전 캠페인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판다독은 ‘아햏햏’, ‘디시폐인’으로 유명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의 메인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가상의 캐릭터 모델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개런티가 무려 1억원이다. 웬만한 스타 연예인의 몸값과 맞먹는 금액이다. 또한 판다독은 빙그레 메타콘, 휴렛팩커드 오피스젯프로, 기아자동차 서울모터쇼의 홍보 모델로도 활동한 바 있는 캐릭터 업계의 베테랑 모델이다.
기업이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캐릭터를 모델로 기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캐릭터는 생명력이 길다. 연예인의 인기는 아주 길어야 10년이지만, 캐릭터는 늙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랑 받을 수 있다.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는 무려 79년 동안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세대를 초월한 팬을 보유하고 있다. 둘째, 캐릭터는 안티가 적다. 아무리 톱 스타라 해도 연예인은 안티가 있는 법이다. 특히 공인으로서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되면, 바로 대중의 질타를 받게 된다. 스캔들로 악화된 연예인의 이미지는 종종 광고주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캐릭터를 대하는 대중은 너그럽다. 엽기적이고 싸가지까지 없는 캐릭터들이 인기가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셋째, 캐릭터는 출연 제약이 없다. 연예인은 광고 출연에 관하여 요구 조건이 까다롭다. 특히 스케줄 때문에 극히 제한된 시간 내에 촬영을 마쳐야 하고, 시간을 넘기면 소속사 매니저와 신경전을 벌여야 한다. 그러나 캐릭터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에서 자유롭다. 디시인사이드의 경우 판다독이 등장하는 상단 이미지를 시의성을 고려하여 매주 교체한다. 연예인이었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친근함과 따뜻함, 그리고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캐릭터만의 감성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부족해진 정서적 유대감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얼굴을 맞대는 대화가 아닌 모니터나 문자로 이루어지는 대화는 복잡하고 미묘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역부족이다. 이런 부족한 점을 캐릭터를 빌어 좀 더 풍부하고 부드럽게 하여 모자란 감성을 채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쉽게 다가가고 쉽게 소통하는 인터넷 시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직접 교류가 희미해지는 디지털 시대에서 기업과 캐릭터의 만남은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