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태 기자 2015.11.19 20:46:13
[시사뉴스 유한태 기자]야권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 제안으로 술렁이고 있다. 문 대표가 당내에서 충분한 논의도 없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이 제안을 내놓은데다 과연 현실성이 있느냐 하는 점까지 거론되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표의 제안과 관련, 당장 이종걸 원내대표와 박지원 의원 등 비주류측은 비판적 견해를 나타내고 있는 등 반발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문 대표는 지난 18일 당의 텃밭이자 심장부인 광주를 방문, 문·안·박 체제를 제안하며 "다음 총선까지 함께 치르는 임시 지도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공동선대위라든지, 선거기획단이라든지, 선거를 위한 총선 정책공약, 인재영입 등을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안·박이 함께 모일 경우 분명한 위상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당 대표의 권한을 공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제도적 걸림돌을 넘기 위해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논의하자는 제안도 함께 곁들이면서까지 '문·안·박 체제' 관철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정치권은 문·안·박 체제의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 측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의지는 있지만 법적으로 선거에 관여할 수 없어 총선을 함께 이끄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가 문·안·박 공동지도체제를 제안하기 전에 이미 "세 사람이 손잡고 사진 찍으면 국민들 마음이 돌아서느냐"며 일축한 바 있다.
박원순 시장의 경우 19일 문 대표와 만나 '문·안·박 지도체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며 협력하기로 하는데는 뜻을 모았다.
하지만 박 시장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지 못한다. 문 대표가 밝힌 공동선대위, 선거기획단, 인재영입 등에 참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셈이다.
정치권은 문 대표가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문·안·박 체제를 다시 제안하고 나선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문 대표의 제안은 '자신을 겨냥한 비주류의 견제에 대한 정면돌파' 포석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문 대표가 취임 후 끊임없이 '사퇴론'을 제기하며 대립각을 세워온 당의 호남권 비주류에 더이상 휘둘리지 않고 당내 미래세력인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시장과 함께 총선은 물론 대선을 함께 치르겠다는 각오를 내보였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문·안·박' 체제를 제안하며 "세 사람 모두 당 내부에서 지지받는 대선 후보들이라는 점에서 세명의 지지를 합치면 국민적 신뢰뿐만 아니라 호남의 지지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호남을 넘어 국민적 지지를 받아야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셈법이 감안된 것이다. 모두 영남권 출신인 '문·안·박'에 더해 호남권 후보를 넣지 않은 것 역시 당의 뿌리를 자처하는 호남권 비주류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강도높은 당 체질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문 대표는 문·안·박 체제를 제안한 날 기자들을 만나 자신에게 직·간접적으로 사퇴를 요구해온 당내 비주류에 대해 "저를 흔들고 끊임없이 당을 분란 상태처럼 보이게 만드는 분들도 실제로는 자기의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당 화합과 안정을 위해 공동지도체제 구성을 추진하겠다면서 사실상 비주류에게는 칼끝을 겨냥한 셈이다.
문 대표의 모순적인 모습은 결국 비주류측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더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여진다.
당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그런 발언을 하면 호남권 비주류가 반발할 것이라는 것을 몰랐겠느냐"며 "당의 심장부인 광주를 찾아 문·안·박 체제를 제안하고, 자신을 흔드는 비주류를 겨냥한 것은 '호남민심'을 거론하며 자신을 흔드는 세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안 전 대표가 '특단의 결단'을 고심하던 중 문·안·박 제안을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의 명실상부한 2인자이자 대권 라이벌인 안 전 대표가 자신을 비판하며 정치적 행동에 나설 경우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제안을 받든, 받지 않든 문 대표로서는 잃을 것이 없다"며 "제안을 받을 경우 당내 반대세력을 정면돌파하고 단합해 총선체제로 갈 것이고, 안 전 대표가 제안을 받지 않아도 함께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의 제안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