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과연 미얀마 군부는 '53년 권좌'를 순순히 내어 놓을까. ‘미얀마 민주화의 꽃’ 아웅산 수지는 높다란 군부의 벽을 넘어 순탄하게 정권 이양을 받을 수 있을까.
'11.8 미얀마 총선'에서 제1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상하원 의석의 70~80%를 휩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얀마 국민들의 선택은 명백하다. 지긋지긋한 군부독재를 끝장내고 민주정부를 수립하자는 것이다.
이제 세상의 시선은 미얀마 군부로 쏠리고 있다. 무려 53년 동안 권력을 독점해온 군부가 과연 순조로운 정권 이양을 허락할 것인가.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현 정부와 군부가 이번 총선결과를 존중할 경우 미얀마 국민들은 53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손으로 뽑은 지도자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 지난 1990년 총선 때도 수지 여사가 이끄는 NLD는 의석의 80%를 휩쓰는 압승을 거두었다. 군부는 승복하지 않았다. 야당 지도자 수지 여사를 가택연금 하고, 정치범들을 잡아 가두는 탄압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서방국가들은 미얀마와의 무역거래를 포함한 포괄적 경제제재를 시작했다. 미얀마는 점점 동남아의 고립된 군부독재 국가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이웃 동남아 국가들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누리고 있었다.
미얀마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건 2011년부터다. 군부의 지지를 업고 취임을 한 테인 세인 대통령은 언론검열을 완화하고 정치범을 석방하는 등 정치적 유화 조치를 취했다. 이와 함께 굳게 닫혀 있던 문호를 개방하면서 경제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경제 제재 완화 조치로 화답했다. 서방기업들이 몰려오면서 미얀마도 비로소 달콤한 경제발전의 과실을 맛보기 시작했다. 미얀마는 지난 5년 동안 매년 7~8%의 경제성장을 보여 왔다.
NYT는 미얀마 군부가 이번에는 과거처럼 쉽사리 총선 민의를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지난 1990년과는 달리 미얀마는 이미 미국 등 서방세계와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로 깊숙이 얽혀 있다. 미국은 이번 총선을 감시하기 위해 미얀마 모든 지역에 감시단을 파견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미얀마의 안정된 정권 이양을 위해서는 총선 후 평화로운 국면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군부의 움직임을 경계했다.
군부 안팎의 실력자들은 이번 총선의 패배를 시인하고 있다. 고위 장성 출신인 뚜라우 쉐만 하원의장을 포함한 많은 전 현직 군부실력자들이 이번 총선에서 낙선했다. 집권여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 의장인 우 태이 오는 9일 미얀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일부 지역에서 이기기도 했고, 일부 지역에서 지기도 했다”며 “그러나 우리가 잃은 지역이 훨씬 더 많다"며 패배를 시인했다. 그 역시 이번 총선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번 총선과 관련해 군부가 이제까지 보여온 태도는 총선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군부 최고 실력자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국방총사령관 겸 육군원수는 8일 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국민으로부터 가장 신뢰를 받는 정당이 승리하기를 바란다"며 "선거 결과는 국민이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흘라잉 총사령관은 앞서 지난 7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미얀마 정치권에서 군의 강력한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었다. 소수민족 반군들과의 교전 등 사회 불안이 여전하기 때문에 군의 정치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날 수 없다는 것이다. 미얀마 국민들은 물론 서방세계에서 군부를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유다.
군부는 여전히 막강한 안전판을 지니고 있다. 2008년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현행 미얀마 헌법은 이번 총선의 최대 승리자인 수지 여사가 대통령직에 오르는 길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외국인과 결혼한 자에게는 대통령 입후보 자격을 불허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수지 여사는 영국인과 결혼을 했다. 남편 마이클 애리스는 1999년 암으로 사망했다. 아들 둘은 영국 시민권을 지니고 있다.
수지 여사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상하원 의원 75%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행 헌법은 상하원 의석의 25%를 선거와 무관하게 군부 몫으로 정하고 있다. 군부의 동의 없이는 헌법 개정은 불가능한 것이다. 이를 의식한 수지 여사는 선거 전 인터뷰에서 "NLD가 승리해 대통령을 내면 자신은 대통령직 위의 지도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