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 기자 2015.11.10 20:59:29
[시사뉴스 강신철 기자]1년 2개월만에 병원을 나와 법정에 출석한 이재현(55) CJ그룹 회장은 야윈 몸에 병색이 뚜렷했다. 10일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원형)는 이 회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횡령) 위반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3시45분께 구급차를 타고 법원에 들어섰다. 환자복 위에 걸친 회색 양복 상의는 야윈 몸을 헐렁하게 감쌌다.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마스크와 털모자를 쓰고 목도리, 담요로 몸을 둘렀다. 링겔 주사를 손등에 꽂고 눈을 감은 채였다.
이 회장의 감염을 우려한 CJ 관계자들은 첫 파기환송심의 심경과 병보석 등에 대한 기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이 회장의 휠체어를 빠르게 밀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재판이 열린 서울고법 403호 앞에는 재판 시작 30~40분 전부터 취재진 등이 줄을 서서 법정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법정에 꽉 들어찬 방청객들로 재판은 법정 문이 열린 채 진행됐다.
법정 안, 피고인석에 앉은 이 회장 앞에는 손 세정제가 놓였다. 의료진은 방청석에서 대기했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재판 시작에 앞서 재판부에 "신장이식 수술 이후 거부 반응으로 인한 심각한 감염 우려가 있고 현재 감기 증상이 있어 의료진은 외출을 삼가하도록 한 상황"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각오로 왔다. 보온을 위해 모자를 착용하고 재판에 임하는 것과 필요에 따라 대기하고 있는 의료진의 진료를 허용해달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재판 시작 전 신분 확인을 하는 재판부의 간단한 질문에 "네"라고 말하는 것조차 숨을 몰아쉬며 느리게 답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재판에서도 줄곧 눈을 감고 있었다. 옆으로 기울여 휠체어에 기댄 고개만 가끔 방향을 바꿀 뿐 미동이 거의 없었다. 재판이 30분 이상 지나자 한차례 몸을 살짝 들어 자세를 고쳐앉았다.
변호인단은 변론 시간 중 일부를 이 회장의 건강 상태 설명에 할애했다.
변호인은 "유전질환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로 근육위축과 신경소실이 진행 중이고 하루 2회의 재활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외부인 도움 없이 거동이 힘든 상태"라며 "일반적 신장 이식 환자가 아니고 신장 이식과 악순환인 CMT 질환이 있어서 향후 건강이 악화될 수밖에 없음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또 "현재 체중 감소로 인해 몸무게가 52㎏ 남짓한 상태"라며 "수감돼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영구적 보행 장애가 생길 수 있다. 현 상태에서 수감되면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인 상황이라 사실상 수용생활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도 "50대 신장이식 환자의 평균 수명은 12년인데 이 회장은 벌써 2년이 경과했다. 앞으로 10년 남짓의 시한부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특히 신장 이식 초기 관리를 못해서 평균 수명도 보장하지 못한다. 실형이 선고되면 사형이나 다름 없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만성신부전증을 앓던 이 회장은 구속기소된 그해 8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고 이후 기한을 연장하며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이 회장은 신장이식수술 뒤 급성거부반응, 수술에 따른 바이러스감염의 의심 증상, CMT 질환 등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2월과 9월에 열린 1심과 2심 재판에는 휠체어를 타고 직접 법정에 나섰지만 지난 9월 대법원 재판에는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최후 진술에서 이 회장은 마이크를 통해 거친 숨을 토해냈다. 그리고선 한 단어 한 단어 힘겹게 끊어가며 말을 이었다.
"모든 게 제 탓입니다. 건강을 잘 회복하고 선대의 유지인 사업보국과 미완성의 CJ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 기회를 재판장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1년 2개월, 건강상의 이유로 침묵했던 이 회장은 반성과 참회로 최후진술을 마무리했다. 그가 오랜 수감생활에서 풀려날 수 있을지는 오는 12월 15일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