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외고 입시문제 유출사건에 대한 교육당국의 대책이 발표됐지만, 그 파장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합격취소 처분을 받은 학생의 부모들이 소송을 제기하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법정에서 시시비를 가리는 초유의 사태로 비화되는 조짐이다. 이번 대책으로 합격취소 처분을 받은 학생의 부모들은 교육당국과 학원측의 잘못으로 애꿎은 아이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며 합격취소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불합격 취소처분 소송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부모들은 또, 일부 시험에 합격한 M학원생들이 명단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조사자체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별것 아닐 줄 알았던 사태 일파만파
지난 8일 김포경찰서는 김포외고 시험문제 유출의혹 사건과 관련한 수사의뢰서 등 자료를 경찰청 특수수사과로 넘기는 등 사건 일체를 이첩했다.
경찰은 “수사대상인 김포외고가 경기도에, 시험지 유출설이 제기된 학원이 서울에 각각 위치해 2개 지방경찰청(경기.서울경찰청) 관할인 관계로 수사의 전문성이 있는 본청 특수수사과로 사건을 인계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히 “시험문제 유출이 사실일 경우 다른 외고에서도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신속한 수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도 수사의뢰와 함께 특별감사반을 꾸려 자체조사에 착수했다.
도교육청 양재길 장학관은 “A학원이 시험당일 버스안에서 학원생들에게 배포한 유인물속의 시험문제와 김포외고의 실제 시험문제를 정밀 비교하며 유사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감사반의 일부 장학사로부터 ‘2-3개 문제의 경우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양 장학관은 그러나 “아직까지 시험문제가 유출됐다고 판단할 만한 정황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경찰과 정보를 수시로 교환하며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김포외고의 입학홍보담당 교사가 연락이 끊긴 채 학교에 출근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일로에 섰다. 경찰은 이어 10일 김포외고 시험문제 일부가 특정 입시학원에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사실인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달 30일 치러진 김포외고 일반전형 입학시험 문제 중 상당수가 서울 양천구 목동의 M 입시학원 특목고 예상문항과 일치한다는 의혹과 관련해 학원 원장 K씨를 소환 조사한 결과 시험 문제를 사전 입수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재학생과 학부모들은 충격속에 빠졌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주말을 맞아 귀가를 준비하던 학생들은 세간에 떠돌던 ‘시험문제 유출설’이 사실로 확인되자 크게 당혹스러워 했다.
이 학교 2학년 S(17)군은 “입학홍보부장 선생님이 며칠 전 사라져 혹시나 했는데 (경찰수사에서) 시험문제 유출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면서 “어찌 됐든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건이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숙사에서 짐을 챙겨 나오던 1학년 K(16.여)양은 “평소 학교에서 드러내 놓고 얘기는 안 했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이 학교 안에도 많이 퍼져 있다”면서 “부풀려진 얘기도 많아 설마 했는데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학교 입구에서 자녀를 기다리던 학부모들도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1학년 자녀를 둔 K(43.여)씨는 “학생들이 배우고 익히는 학교에서 이처럼 불미스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면서 “학생들이 동요하지 말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건이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등록 절차를 위해 학교를 찾은 합격자 부모 J(50)씨는 “아이의 합격 소식에 기뻐했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혼란스럽다”며 “하지만 정당하게 시험을 보고 합격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자세한 내용은 시사뉴스 '창간19주년' 특집319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