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주가조작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가 빠르면 16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선을 34일 앞둔 정치권이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이번 대선의 마지막 변수로 꼽히는 김씨의 귀국과 BBK 관련 수사를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명박 후보와의 관련 의혹이라는 소위 '5대 핵심 의혹'의 실체 규명을 압박하는 전면 공세에 착수한 반면 한나라당은 '귀국공작' 의혹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난타전을 벌였다. 또 한나라당은 검찰이 BBK사건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할 경우 특검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김씨 귀국 이후 대규모 촛불집회를 여는 방안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강릉대에서 열린 관광산업발전 정책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법의 문제"라며 "정치인들이 이것을 이용해서 정치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2002년 김대업과 같은 발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여권 중진이 김경준을 구하기 위해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씨가) 적어도 10년 이상의 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받기 위해 돌아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면서 "혹시라도 무슨 밀약이 있지 않은가 의혹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사 비밀이 완전 유지돼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면서 "검찰의 불공정 수사로 2002년 김대업 공작사건처럼 대선에 영향을 미쳐 국민 주권을 왜곡시키는 일이 있다면 역사적 죄를 짓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준표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김씨측으로부터 2∼3차례 협상 제안이 들어왔으나 역공작 우려 등으로 이 후보측이 거절했다면서 "그 이후에 귀국 공작협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김경준씨 소환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특별상황실을 마련하고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난리가 났고, 검찰 앞에서 촛불시위를 한다고 하고 광화문 앞에서 드러눕겠다고 하고 검찰을 협박하는데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면서 "김경준 귀국 공작설까지 유포하고 있는데 그러면 미국 정부가 공작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도곡동땅 매각대금 190억원의 행방 ▲옵셔널벤처스 횡령금 384억원의 행방 ▲BBK 인수자금 30억원의 출처 ▲마프(MAF) 600억원의 출처 ▲LKe뱅크 124억원의 출처 등을 5대 핵심의혹으로 규정, 실체 규명을 요구했다.
이날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경기 인천 선거대책위원회, 가족행복위원회 출범식에서 신당은 정동영 후보를 필두로 손학규, 김근태, 한명숙 공동선대위원장이 한목소리로 이 후보의 비리 의혹과 도덕성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정 후보는 경기, 인천 선대위 출범식에서 "주가조작이나 자금세탁은 시장경제를 흔드는 중대 범죄"라며 "검찰이 머뭇거리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수사해야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한명숙 공동선대위원장도 수능 시험일임을 의식한 듯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서도 시험을 보는데 5년동안 나라를 맡길 대통령을 위한 자격시험을 봐야 한다"고 이명박 후보를 정조준했다.
손학규 공동선대위원장도 "재산이 수천억원이 될 사람이 몇 천만원 아끼려고 자녀들을 자신의 빌딩관리 회사에 위장전입시켜 자식들의 자존심을 꺾고 국민들 가슴에 상처를 남겼다"며 "정동영을 앞세워서 깨끗하고 떳떳한 사회를 만들자"며 열변을 토했다.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은 김경준씨의 국내 송환이 임박해지자 한나라당이 민란 수준의 데모를 조직하겠다고 국민을 협박하고 검찰을 겁주고 있다며 민란 발언을 한 이방호 사무총장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한편 BBK의 핵심인물 김경준씨의 귀국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향후 김씨에 대한 검찰수사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정치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초 15일쯤 국내 송환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르면 16일, 늦으면 17일쯤 귀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김씨가 송환과정에서 언론과 접촉할 경우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고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구체적인 송환일정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