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명박 대선후보의 '구애'를 매몰차게 뿌리쳤다.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이유에서다. 이 후보 진영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5일 박근혜 전 대표 측에 대한 최근 자신의 언행에 대한 사과를 표명했지만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측근들은 여전히 냉랭한 입장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이 최고위원이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사과한데 대해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수용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표는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와 굳이 만날 필요가 있겠느냐"고 거절의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이 최고위원 사과에 대해선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한 불만을 되풀이했다.
그는 또 "내가 처음에 한 이야기와 변한 것이 없다"며 "당원들과 어렵게 살려낸 당이고 제가 경선을 치르고 나서 정치발전을 위해 승복까지 했는데 당이 왜 이렇게 됐는지 안타깝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의 이같은 강경한 입장은 이날 사과에 앞서 이재오 최고위원이 최근 국감장에서 "내가 요즘 오만한 사람이 됐다"며 박 전 대표의 비난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편 박 전 대표측 의원 30여명은 오찬에서 이 최고위원 사퇴 없이는 화합이 불가능하다는 최후통첩을 이 후보측에 보냈다. 이 최고위원을 겨냥해 '제거'라는 표현도 나왔다. 또 이방호 사무총장도 사퇴를 요구키로 했다.
'친박(親朴)' 의 김용갑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여론이 악화되면 속내를 감추고 자성하는 척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오만한 자세로 돌변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최고위원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 논란을 제기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도 "당 화합은 말로는 수없이 강조하면서도 행동은 반대로 가고 있다"며 "측근 실세들을 앞세워 점령군처럼 행동하며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