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국감] 첫날부터 곳곳에서 충돌·파행

김부삼 기자  2007.10.17 19:10:10

기사프린트

국회는 17일 재경, 통외통, 국방, 건교 등 14개 상임위별로 36개 소관부처 및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음달 2일까지 17일간의 국감 일정에 돌입했다. 총 488개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이번 국감은 17대 국회의 마지막이자 대선을 코앞에 두고 열리는 만큼 첫날부터 각 상임위에서는 이명박, 정동영 대선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들을 제기하며 본격적인 검증 전쟁에 돌입했다. 또 일부 국감장에선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등 벌써부터 파행을 거듭했다.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동영 후보가 처남 민준기씨 등을 동원해 각종 비자금으로 코스닥기업 주가를 조작하며 거액을 챙긴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가조작 대상 코스닥 기업으로 T,E,K사를 거론했다.
박 의원은 또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서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정 후보가) 압력을 행사했다"며 "처남 민씨에 대해선 입건조차 하지 않은 채 주가조작 실행자인 부동산 중개업자 홍모씨만 수사기관에 통보하도록 사건을 축소시켰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김현미 의원은 반박 회견을 통해 "정 후보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정 후보와 억지로 꿰맞추는 것은 이 후보 비리를 손바닥으로 가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상암 DMC 건설 특혜 비리, AIG 국제금융센터 국부유출, BBK 주가조작 사건, 도곡동 땅 등을 4대 의혹 사건을 규정짓고 이 후보가 국감 증인으로 직접 나와 의혹을 해소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정 후보는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라도 감사와 검증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이 후보도 국감 증인석에 나와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증인 채택 둘러싸고 파행 지속
정무위와 행자위, 법사위 국감은 대선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한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파행과 신경전으로 얼룩졌다. BBK 의혹 관련 증인채택을 두고 물리적 충돌을 빚은 데 따른 후폭풍으로 이날 오전 개의조차 하지 못했던 정무위는 오후까지 파행을 거듭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초청으로 열릴 예정이었던 오찬도 취소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원장석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신당 의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신당 의원들은 정부 종합청사 19층 복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후보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방패로 숨을 생각을 말고 정정당당하게 감사에 임해 모든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진수희, 이계경, 김애실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신당이 정무위원장 사과와 사회권 이양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받아쳤다.
법사위에서도 신당 의원들은 "BBK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증인채택을 논의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동영 후보 처남의 주가조작 의혹을 언급하며 맞불을 놨다.
◆'한반도 대운하' 국감 최대 이슈로 부상
이명박 후보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대운하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신당의 주승용 의원은 "이 후보측의 주장대로 계산하면 하루 운행 선박은 12척에 불과한데 이를 위해 수십조 원을 들여 553㎞의 운하를 건설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몰아쳤다. 신당은 이날 <경부운하 구상의 타당성 검토 정책자료집>을 발간해 배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소속 건교위원들은 이날 발표한 긴급 성명을 통해 "한참 앞서가는 야당후보의 지지도를 끌어내리기 위해 국회를 정략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도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이같은 작태에 실소를 금치 않을 수 없다"면서 "지금부터라고 잃어버린 이성을 되찾으라"고 역공을 폈다.
한나라당 박승환 의원은 "지난 6월 공개된 건교부 경부운하 태스크포스(TF) 보고서는 물동량과 골재수급량을 과소 산정하고, 수송시간을 과다하게 산정한 엉터리 보고서"라며 "악의적 보고서 왜곡은 현 정부의 '이명박 죽이기'의 전모"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재경 의원이 참고인으로 신청한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는 "내륙 수로는 연안 해운과 달리 기후 변화에 대한 안정성, 내륙 도시 접근성 등 측면에서 유리하고 정수처리만 거치면 얼마든지 상수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BBK 의혹'도 도마에
재경위 국감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 거래와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신당 문석호 의원은 "등기부상 도곡동 땅 소유자인 김재정, 이상은씨 투자 비율은 53대47이라고 했는데 1995년 매각대금 263억원 중 80억원만 이상은씨에게 송금됐다가 5년 뒤인 2001년 2월 추가로 58억원이 송금됐다"며 "이는 자금 구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고, 이 땅이 이 후보의 차명 소유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LKe뱅크(대표이사 이명박), BBK투자자문(대표이사 김경준)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을 보면 가공의 외국인과 외국법인이 마구잡이로 등장하는데 재경부는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정무위에서 "BBK 관련 사건은 이미 검찰과 금융감독원에서 이 후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종결된 것"이라며 "도곡동 땅이나 상암DMC 의혹은 새로운 사안도 아닌데 여당이 대선을 목전에 두고 국감에서 새삼스럽게 꺼내는 것은 명백한 정치공작 기도"라고 주장했다.
◆정상회담 성과 놓고 대립
통일외교통상위와 국감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은 정상회담 성과를 긍정 평가하며 '굳히기'에 나선 반면, 한나라당은 '퍼주기' 회담으로 규정하고 NLL에 대한 국민적 혼선을 초래했다고 공세를 취했다.
신당 임종석 의원은 정상회담 후속조치로 "남과 북이 각각 자본, 기술, 인력 등 생산요소를 출자하는 형태의 '민족경제협력공사(가칭)'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장영달 의원은 남북 정상간의 합의서를 국회에서 일괄 비준동의할 것을 주장하며 "7,4 남북공동성명, 비핵화선언, 6,15 공동선언, 10,3 공동선언 등 5대 합의서에 대해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며 "남북관계가 정치상황과 무관하게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현 정부 들어 북한이 핵실험까지 했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 2조4744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4조5719억원을 퍼줬고, 이것도 모자라 임기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최대 6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천문학적 규모의 '왕 퍼주기'를 약속했다"며 "통일부는 그 명칭을 북한이 노래하면 그 장단에 춤을 추는 '북창남수(北唱南隨)부'로 바꿔야 한다"고 비꼬았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퍼주기라는 부분에 대해선 확실하게 말했다. 동의하지 못한다"고 답변하자 "퍼주기가 아니면 '퍼주시기'냐"고 맞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