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김신 삼성물산(상사부문) 사장은 8일 삼성그룹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제일모직과의 합병 주총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에 대해 “삼성이 생각하는 성장 스토리에 확신이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에서도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며이같이 밝혔다.
김 사장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여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국민연금이 찬성 의견을 낸다면 합병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장기투자자로서 합병이 과연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새로운 성장 축을 가질 수 있느냐를 두고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제공한 내용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증권사 애널리스트 리포트 등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현재의 삼성 물산이 나은지, 아니면 합병 회사가 나은지를 두고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합병 반대 보고서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국민연금이 여러 가지 보고서와 정보를 참조할 것이며 ISS의 반대보고서도 그 중 하나"라면서 "ISS와 관련된 부분도 같이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국내 증권사 등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자 "합병 발표 이후 20여개의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리포트가 나왔는데 한화증권만 유일하게 합병이 무산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나머지는 합병하면 시너지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봤고 회사 성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리포트를 냈다"고 반박했다.
이날 김 사장은 "외국 대형 투자자 중에서도 제일모직의 지분을 보유한 곳 중 하나가 찬성 의사를 전한 곳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국민연금 이외에 소액주주나 국내 기관, 외국 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다니고 있다"면서 "국내 기관은 (합병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외국 투자자 중에서도 찬성한다고 연락을 준 곳이 있어 17일 주총 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사장은 소액주주 설득 방안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경영진이 회사 경영을 잘해 이익을 많이 내야 한다"면서 "거버넌스 커뮤니티, CSR 위원회 등을 만들어 성실히 소통할 예정이고, 배당 성향도 2020년까지 점진적으로 3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엘리엇의 공격 배경에 대해서는 "삼성물산은 자산가치가 높고 우호지분이 낮은 상태였고 주력 사업인 건설이나 상사의 시장 환경이 좋지 않다 보니 주가가 낮은 부분이 있었다"며 "경영진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국내의 여러 기업도 우호 지분율이 낮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보다 낮은 곳이 많아 공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경영진들이 합병 성사를 위해 밖으로 다니는 일이 많아지니 실제 사업에 집중하기 힘들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합병비율 10% 할인할증 규정 문제에 대해 "현재 합병비율을 조정할 근거가 없다"며 "과거 150여건의 사례를 살펴보면 시장에서 형성되는 주가가 가치를 가장 잘 평가하는 척도로 간주하고 있으며 주식거래정지 등의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해당 규정을 허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와서 합병 비율을 바꾼다면 합병 사실을 인지한 후 주식을 거래한 사람들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다"며 "ISS의 합병 반대 의견과 엘리엇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의 승소는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엘리엇의 추가 공격에 대한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엘리엇과의 경험이 처음이라 어떻게 나올지 잘 모르겠다"면서 "아직 엘리엇과의 접촉은 없고 엘리엇 주식을 블록딜 형태로 매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