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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뚫린 ‘메르스 방역망’…3차 유행 자초하나?

발병 의심자 통제 벗어나 곳곳활보…다수 병원서 산발적 환자발생, 전국 확산 우려

이상미 기자  2015.06.09 22: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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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이상미 기자]정부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퇴치를 위해 병원 이름 공개와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 초강수 대책을 내놨지만 당국의 방역망은 여전히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감염 의심자들이 당국의 통제를 벗어나 대형병원 응급실을 거쳐 3차 유행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9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전날 8명이 추가 감염돼 총 환자수가 95명으로 늘었다. 추가 감염자 중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는 3명이었다. 전날 17명에 비해 뚝 떨어졌다.

14번 환자는 지난달 29일까지 이 병원에 입원했는데 전염력이 가장 센 평균 잠복기는 5~7일이다. 최대 잠복기가 14일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주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태지만 최대 고비는 넘긴 셈이다.

하지만 느슨한 격리자 관리 시스템으로 감염 상태에서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경유했다. 이 중에는 전국구 병원도 포함돼 있어 전국 확산의 갈림길에 선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감염관리가 취약한 응급실도 적지 않게 포함돼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 최대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여의도성모병원은 다행히 의심자가 격리 상태에서 증상이 발현해 추가 유행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반면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76번 환자가 내원한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76번 환자는 지난달 2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나와 노인요양병원에서 생활했는데 이후 의심 증상이 나타나 지난 5일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또 지난 6일 오전에는 건국대병원 응급실로 옮겼는데 아무런 통제 없이 2곳의 병원을 돌아 다녔다.

당국이 당일 파악한 접촉자만 봐도 건대병원은 147명, 강동경희대병원은 239명이다. 평균 잠복기를 고려하면 이르면 내일부터 환자가 속출할 수 있다. 15번 환자도 당국의 통제를 벗어나 수도권 응급실을 누볐다.

병원 측 등에 따르면 그는 평택성모병원에서 퇴원 후 지난달 27일 고열로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고 치료를 받은 후 10층 5인실에 입원했다.

당국으로부터 의심환자라는 통보를 받은 시점은 29일 오후 7시다. 병원 도착 후 격리 조치를 하기까지 이틀이나 걸린 셈이다.

그러면서 8일 하루 동안에만 동일 병실에서 접촉한 60대 여성과 70대 남성이 감염됐다. 15번 환자는 응급실도 거쳐 갔던 터라 접촉자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거친 90번 환자도 격리 대상자였지만 실제 격리 조치는 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은 그는 당국의 추적 조사를 통해 지난 1일부터 자택 격리 조치를 받았다.

그러던 중 3일 발열이 발생했는데 보건소나 콜센터에 연락하지 않고 옥천제일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6일에는 호흡곤란으로 옥천성모병원을 방문했고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대전의 대형병원인 을지대학교병원 응급실을 경유, 중환자실로 입원했다.

대형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실을을 경유했다는 점에서 접촉자수는 적어도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들의 2차 유행은 감소세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고, 다른 의료기관 발생 사례들은 산발적 양상을 띠고 있다”며“이번 주가 메르스 확산 차단을 위한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