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태 기자 2015.05.04 18:31:21
[시사뉴스 유한태 기자]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4일 "광주시민들이 바라시는 것은 야권분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야권이 통합해서 총선 대선에서 이기는 당이 되어 달라는 것이 광주시민의 주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광주시내 한 경로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4·29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해 "우리 당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더 크게 혁신하고 더 크게 통합하겠다. 우선 대표인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는데 앞장서겠다.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해서 함께 하는 노력도 열심히 기울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재보선에서 광주시민들과 국민들은 우리 당에 아주 아픈 회초리를 주셨다"며 "지금 우리 당에 필요한 것은 그 회초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통렬하게 반성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는 굳은 결의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민들의 삶을 해결하는 유능한 경제정당, 그리고 책임있는 안보정당으로 가겠다는 그 길을 흔들림 없이 계속 가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표는 "이번 재보선 패배로 인해서 박근혜 정권의 인사실패, 경제실패, 부정부패가 덮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제대로 비판하면서 견제하면서 대안도 제대로 제시하는 유능한 야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친노패권이란 당내 비판에 대해서는 "우리 정치의 지역분할구도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들을 광주시민들께서 오래 전부터 해오셨는데 저희가 그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 오늘의 아픔을 겪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을 대신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의 지역분할구도 속에서 우리가 호남에서는 일종의 기득권 정당처럼 그렇게 인식되어온 측면이 있다"며 "우리가 호남에서 그동안 누려왔던 일체의 기득권들 다 내려놓는 심정으로 우리 당을 뼛속부터 뿌리부터 환골탈태하는, 완전히 새로운 당을 만드는 각오를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공무원연금개혁과 관련,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기로 한 것은 참여정부 당시 국민연금 개혁 방향과 어긋나는 게 아니다"라며 "당시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는 대신 기초연금을 갈수록 높여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더한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맞춘다는 것이 당시 국민연금 개혁 구상이고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이명박정부 들어서 기초연금을 동결했기 때문에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게 됐고 박근혜정부 들어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시킴으로써 역시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번 합의는) 참여정부 때 연금개혁 약속을 오히려 지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앞으로 특위를 만들어 논의하기로 했지만 그에 대해서 국민들이 동의가 필요할 것이고 이번에 공무원연금 개혁처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제도 수정 방침에 대해 "지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거듭 특별사면을 이야기함으로써 박근혜정권의 부정부패를 참여정부 때의 사면 문제로 가리려고 시도한다"며 "그것은 아주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별사면은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비판할 수 있는 최대치는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코 불법일 수 없다"며 "그 부적절의 문제와 부정부패의 큰 불법 문제를 같은 선상에 놓고 이야기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절치 못한 사면에 대한 논란은 늘 있어왔다. 이명박정부 말기에도 사면이 행해졌고 박 대통령도 적절하지 못한 사면을 청원한 바 있었다"며 "뿐만 아니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은 특별사면을 추진한 바 있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저도 지난 대선 때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한 바 있다"며 "우리 당은 이미 오래 전부터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면서 사면을 보다 더 투명하게 만드는 사면법 개정법안을 이미 제출해서 국회 계류 중이다. 그 법안 처리에 반대해온 게 오히려 새누리당이었다"고 강조했다.
◆광주시민 20여명, 文대표 향해 “진정성 없는 사과” 항의 받아
한편 '낙선 인사'로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 4·29 재보궐 선거 이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일부 시민들에게 항의를 받았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광주공항에 도착한 뒤 서구 서창동 발산마을회관과 서창향토문화마을, 지난 재보궐 선거 당시 마지막으로 광주를 방문했을 때 1박을 했던 풍암동 한 아파트 경로당에 들러 선거에서 보내준 지지와 성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와 함께 광주 유권자들에게 재보선 참패에 대한 성찰의 뜻을 밝히고 당 조영택 후보 지지자들도 위로했다.
이날 공항에는 문 대표를 맞으려는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당 관계자 이외에 '새정치연합의 개혁을 바라는 시민' 회원 20여명이 나와 문 대표의 광주 방문을 비판했다.
이들은 "선거 때는 1박2일 일정 등 6번이나 다녀갔던 광주를 이번에는 겨우 2~3시간 남짓 방문해 지역 주민들에게 사과의 인사를 하고 곧바로 귀경한다"며 "광주 방문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또 "호남지역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수단으로 이용해 온 새정치연합의 정치행태를 방치할 경우 2017년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단체는 이어 "문 대표는 광주 방문에 앞서 이번 선거 패배에 따른 자신의 정치적 책임을 통감하고 그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순서"라며 "진정성 없는 문 대표의 광주 방문을 반대한다"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회원들이 새정치연합 광주시당 관계자들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