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태 기자 2015.05.04 13:49:56
[시사뉴스 유한태 기자]4·29재보궐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새정치연합의 안방격인 광주에서 조영택 후보를 20%가 넘는 압도적 표 차로 당선됨에 따라 호남발(發)야권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천 의원은 당초 새정치연합을 탈당,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며 “호남 정치의 복원”을 외쳐온 만큼 어떤 형태로든 세력 규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30일 당선 후 첫 행보로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뉴 DJ(새로운 김대중)를 만들어 광주와 호남에서 정권교체의 희망을 키우겠다”며 신당 창당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전패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문재인 대표의 책임론을 둘러싸고 친노계와 비노계가 대립할 경우 이탈인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천 의원의 세 규합에 힘이 강하게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내 친노 세력인 문재인 대표 체제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적지않은데다 정치적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인사들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표가 이번 재보선에서 무엇보다 상당한 공을 들였던 광주에서 지지를 얻는데 실패한 것은 향후 자신은 물론 당의 입지에도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야당의 성지이자 안방이라 할 수 있는 광주 민심이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것이다. 이는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상당수 야권인사들에게 새로운 변화를 모색토록 하는 압박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천 의원이 이같은 민심을 적극 활용하고 새정치민주연합내 비노 인사 등을 규합, 야권재편에 나설 경우 그 파괴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천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번 출마를 계기로 내가 길을 터서 내년(총선)에는 8석, 전라남도까지 확장해 30석까지 차지해 새정치연합을 뒤집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새정치연합이 자신을 두고 ‘야권 분열’을 했다고 비난한 데 대해 “그들보다 더 똑똑한 야당인 천정배는 야당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번 재보선에서 전패한 새정치연합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자신들의 기득권부터 버려야 '물갈이'가 가능한데 자기 사람부터 지키고 보니 새로운 수혈이 불가능하다”며“(새정치연합은)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당 내부적으로는 계파 패권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결국 천 의원을 필두로 한 호남발(發)야권재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모양새지만 실제 전국규모의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린다.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는 “뉴 디제이를 발굴하겠다는 건 인재 영입을 뜻하는 것이고, 이는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겠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며 “새정치연합을 비판하고 경쟁하겠다는 천 의원의 발언처럼 그에 맞는 본인의 활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제 천 의원은 새로운 인재 영입을 시도할 것”이라며 “다만 곧바로 전국적인 (인재영입)은 쉽지 않은 만큼 호남을 중심으로 신인을 발굴하고 전문가나 현역 의원을 영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국민모임과 관련해 “진보 재편을 중심에 둔 국민모임과 천 의원은 그 결이 다르다”며 “진보 재편으로는 야당을 대체할 수 없다. 천 의원이 결을 달리 한 것은 진보중심으로 가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천 의원이 호남 정치의 복원을 내세운 것은 정치적 오류”라고 지적하며 “당선이 됐다고 해서 정치적 오류마저 승인받는 것은 아니다. 야권 재편이 실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만큼 세 규합의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호남에 기반을 둔 야당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은 명분도 없고,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전체 야권의 재정렬과 복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천 의원이 독자적인 세력을 만들기보다 야권 통합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져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야권 세력을 통합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야권 연대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가 많기 때문에 결국 천 의원은 국민모임이든 새정치연합이든 한 쪽으로 치우치기보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위상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승용 “4·29재보선, 패배 책임져야”…문재인 작심비판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4·29재보궐선거 패배와 관련해 “반성하고 책임져야 한다”며 문재인 대표를 향해 작심하고 비판발언을 쏟아냈다.
주 최고위원은 “선거 결과에 책임지고 우리 모두 물러나지 않겠다면 최소한 우리 당에 패권정치를 청산하겠다는 약속과 더불어 구체적 방안을 실천해야 한다”며 “당의 명운을 건 혁신을 위해 당내 책임있는 지도자와 대선 예비주자의 2017년 원탁회의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서도 “제 지역구 유권자들은 (최고위원직) 사퇴를 종용하는 분들이 압도적이다. 호남 민심을 대신한 저의 요구에 대한 대표님의 분명한 입장표명 없이는 현재 소통 없고 협의 없는 들러리나 서는 최고위원직에 대해 미련 없다”고 강조했다.
주 최고위원은 “이번 선거 참패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 중에 친노패권정치에 대한 국민의 경고”라며 “호남 지역에 의외로 친노에 대한 피로가 만연돼 있다. 우리 당에 친노가 없다고 했는데 과연 우리 당에 친노가 없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 대표가 되면 친노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는데 취임 이후 과연 친노가 불이익을 받았나”라며 “이번 공천은 어땠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를 내세워 야권분열의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선거 참패도 문제지만 다음 날 선거결과에 굴하지 않겠다는 대표의 발언에 많은 국민들이 실망했다고 한다”며“민심은 천심이다. 어떤 경우에도 선거결과로 드러난 민심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 “우리는 특히 호남지역의 성난 민심을 다시 추스를 해법을 준비하고 제시해야 할 때”라며 문 대표를 향해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국민 앞에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