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임태종 기자]경기 이천 SK하이닉스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가스 누출사고와 관련, 애초 압축공기를 사용하도록 설계된 배기장치에 질소를 투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SK하이닉스 측은 압축공기 대신 투입한 질소로 인해 협력사 직원 3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협력사 직원 3명…시설 점검 중 질식
30일 낮 12시23분께 경기 이천시 부발읍 SK하이닉스 신축 공사장인 10층높이 반도체공장 건물 옥상 스크러버(유기화학물질 소각·배기장치) 안에서 서모(41)씨 등 인부 3명이 질소로 추정되는 가스에 질식돼 숨졌다.
협력업체 직원인 서씨 등 3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출동한 소방대의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P병원과 원주S기독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를 받던 중 모두 숨졌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께 시설 점검을 위해 컨테이너 크기의 스크러버 안에 들어갔다가 쓰러졌고 밖에서 가스 냄새를 맡은 다른 인부 박모씨 등 4명이 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스크러버 안에 들어갔던 박씨 등 4명도 현재 두통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해당 스크러버는 지난 29일 협력업체가 시운전을 한 뒤 작동 스위치가 꺼져 있었고 서씨 등 3명이 들어가 쓰러졌을 때도 꺼져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시운전이 끝난 뒤 스크러버 안에 남아 있던 가스에 인부 3명이 질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잔류 가스에 질소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인부들의 안전장비 착용 여부 등을 함께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SK하이닉스 관계자들을 소환해 과실 여부 등도 조사할 예정이다.
◆압축공기 대신 질소 투입
SK하이닉스는 이날 오후 이천사업장에서 가스 누출 사고 관련 브리핑을 열고 "스크러버는 애초 압축공기를 사용하도록 설계됐는데 시험 가동 중이라 질소를 미량 투입했다"며 "질소가 계속 흐르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스크러버는 유기화학물질을 LNG와 압축공기를 투입해 800도의 고열로 태워 유해물질을 저감해주는 장치다. 가로와 세로 각 1.5m, 높이 2.5m 규모로, 내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가로와 세로 각 50cm 크기의 문이 별도로 나 있다.
이날 숨진 인부 3명은 전날(29일) 장치 시험 가동 뒤 내부 단열제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30일 오전 11시께 스크러버 안으로 들어갔다가 질식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압축공기보다 미량의 질소를 지속적으로 흘려 스크러버 내부의 유해물질을 닦아내고 있는데, 질소가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수사당국 등의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측은 질소에 의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LNG의 경우 장치 내부 온도가 실온 상태인 30도로 측정된 점을 고려하면 모두 소각되고 없는 상태라고 판단했다.
작업 지시서 상에는 내부 밀폐된 공간에 들어갈 때 산소농도를 측정하도록 기재돼 있는데, 사고 현장에서는 간이 산소농도 측정기가 발견되지 않았다.
사고 이전 인부들이 산소농도를 측정하고 내부로 들어갔는지 여부와 마스크를 착용했는지 여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사고 발생 이후 측정한 산소농도는 21%로 측정됐다. 통상 밀폐된 공간에서 산소농도는 19% 이하일 때 위험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산소농도 측정 외 별도로 잔존가스 확인 등의 규정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