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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 DJ에 등돌린 민주당

김부삼 기자  2007.09.04 2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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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민은 선생의 호주머니에 든 밤알들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겨냥한 90년대 정계의 거물, 박찬종 전 의원의 '훈수'다.
민주당이 DJ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어르고 빰치는 정도도 아니다. 대놓고 "현실정치에 너무 깊게 관여하고 있다"라며 김 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3김시대' 이후 국민의 정부를 이끌고 동교동 사저에 앉은 지금도 '김대중 파워'는 여전하다. 하지만 권불십년, 누수현상이 일어나 듯 그의 텃밭이자 자신이 만들어 놓은 민주당에서 부터 '김대중 색채 지우기'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위기라면 위기다. 팔순을 훌쩍 넘긴 나이 그의 정치인생에 있어 더 이룰 것도 없고, 전라도민이 바라는 것도 드물다. 그저 고향에 내려가면 "우리선생님" 정도. 신세대들에게 있어 DJ는 전직 대통령으로 동교동에 살고 있다는 인식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군으로 모셨더니...'
민주당이 DJ를 과거 주군으로 모신데는 호남에서의 막강한 '선생님 파워' 때문이었다. 할말이 있어도 침묵으로 일관했고, 동교동 문턱이 닳도록 좇아 다녔다. 하지만 8월말 박상천 민주당 대표의 태도는 달랐다.
그는 지난달 2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민주당이 정통성을 잃어버렸다'는 취지의 김 전 대통령 발언과 관련, "조순형 의원을 지목해 한 것 같다"면서 "남북정상회담 찬성을 전제로, 시기와 장소의 문제점을 비판한 것이다. 이것은 있을 수 있는 비판 아니냐. 그것을 가지고 민주당의 정통성에 어긋난다고 보신 것은 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 배경에 대해 "이 말씀이 열린우리당 전직 지도자들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나온 것으로 봐선 민주신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그런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이어 "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무조건 통합하려고 했던 방침은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의 국정실패에 대해 얼마나 분노하고 있고, 불신하고 있는지를 잘못 파악한 것 같다"면서 "정계를 은퇴하신 몸이라 옛날같이 다양한 채널로 정보를 받지 못해 정보부족에 기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김 전 대통령이 조병옥 장면 같은 민주당의 지도자들의 뒤를 이은 위대한 지도자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김 전 대통령은 지금 현실 정치인이 아니다. 정계를 은퇴한 분이기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의 말씀에 의해서 현실정치가 추진되고 방향을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에 대해 평가절하했다.
앞서 같은달 2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DJ의 대선개입 발언에 대한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국민의 정부 초기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경재 최고위원은 "햇볕정책의 기안자(민주당)가 문제를 제기한 것을 가지고 큰 위기가 난 것처럼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DJ를 에둘러 비판했고, 손봉숙 최고위원도 "마치 민주당이 남북관계에 대해 정통성이 없는 것 같이 정체성을 문제 삼았는데, 한 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에 대해서 전직 대통령께서 직접적인 언급을 하는 것은 아주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질책했다.
이상열 정책위의장은 "마치 민주당이 대통합신당에 합류하지 않는 것이 매우 잘못된 것인양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전직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민주신당을 비호하는 말을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민주당도 김 전 대통령의 부적절한 이야기나 발언에 대해선 분명하게 짚을 것은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사자인 조순형 의원은 같은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DJ가) 현실 정치에 너무 개입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자제해야 한다. 체통을 지켜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이 이토록 DJ를 치고 나선데는 이유가 있다. 김 전 대통령은 8월 23일 동교동 사저에서 정세균 전 의장 등 전 열린당 지도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민주당의 정책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남북관계에선 화해협력과 평화정책이었는데, 작년 북한 핵실험이 있을 때 햇볕정책을 부인하고 최근 2차 정상회담도 반대했다"며 "이게 어떻게 민주당의 전통에 맞느냐, 한나라당의 이야기지. 민주당이 50년 전통에서 스스로 벗어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지난 26일 대통합민주신당 추미애 경선후보를 만난 자리에서도 "결국 우리를 지지하는 모든 국민이 대통합을 지지할 것"이라며 민주신당에 힘을 싣는 발언을 했었다.
엄연히 정치적 아들이 있는 상황에서 새로 태어난 혼외자에 대한 과도한 사랑에 DJ 적통임을 자임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서운함을 크게 느낀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시사뉴스 통권 314호(9월10일 발행)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