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어느 국가 지도자가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하게 되면 본인의 자랑거리가 되는 것은 물론 그 나라도 단합의 계기가 되는 게 통례다.
그러나 3월에 있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은 그와는 딴판이다. 백악관과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 자체에서도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야당 정치인들은 그가 다음달 이스라엘의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해치면서 미국행을 강행하려 한다고 비난함으로써 미국 방문을 취소하라는 압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물러날 기세를 보이지 않은 채 8일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협상단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해롭고 위험한 합의"를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장 가깝고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다. 그러나 네타냐후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관계는 또 다른 것이다.
이들 두 지도자는 오랜 동안 긴장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많은 사안을 두고 이견을 표출해 왔다.
오바마가 외교와 타협을 강조하는 데 비해 네타냐후는 보다 대결적인 접근을 선호한다.
그것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이 이란의 핵문제다.
네타냐후의 리쿠드당 소속으로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이스라엘 카츠는 8일 채널 2 TV에서 "네타냐후는 그가 수 년 간 이란의 핵개발과 관련해 투쟁해온 것이 이제 고비를 맞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가 "나쁜 협정"에 도달할까 두려워 3월3일의 의회 연설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공화당인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과 론 더머 주미 이스라엘 대사가 주선한 이 의회 연설은 양국에서 심한 분노를 자아냈다.
백악관은 이 결정을 국무부와 상의하지 않은 것은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오바마가 네타냐후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선거를 앞둔 외국 지도자들을 만나지 않는다는 관례를 들고 있다.
백악관 관리들은 그의 연설이 이란과의 미묘한 회담을 망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이에 미국의 유태인 사회도 네타냐후의 미국 방문을 만류하고 있다.
대표적인 이스라엘 로비 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도 네타냐후의 방미로 이스라엘이 미국의 정파 간 분쟁에 휩쓸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