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그리스와 유럽연합(EU)이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탈퇴)'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타협을 이뤄낼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3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 정부가 입장을 정리 중인 것이 분명하다"면서 "우리는 그리스의 제안을 기다릴 것이며 그 뒤에 협상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채무 면제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던 메르켈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양측이 협상을 위해 한 발짝씩 물러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앞서 그리스는 3150억 유로에 달하는 부채를 탕감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파산 신고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조금 더 완화해 달라는 뜻이다.
그리스 측이 내놓은 방안은 명목성장률에 연동된 채권으로 기존 구제금융 채권을 대신하는 방법 혹은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영구채권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를 대체하는 방법 등 2가지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지난 2일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과 회동한 후 "우리가 그리스를 개혁할 수 있도록 재정적 여지를 달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달 25일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총선 승리를 통해 새롭게 출범한 그리스 정부는 현재 부채 자체가 엄청나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스는 돈을 빌리는 대신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올리는 등 긴축 재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오히려 이에 발목이 잡혀 그리스 경제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그리스의 실업률은 26%로 1929년 미국 대공황 때의 모습과 흡사하다. 아울러 그리스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76%에 달하고 이 중 80%는 유로존 채권국, 국제통화기금(IMF), ECB 등 트로이카로 불리는 해외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채권국 가운데 하나인 독일이 부채 탕감에는 동의하지 못한다는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종점은 대대적인 탕감이 아닌 종전보다 조금 완화된 내용으로 수정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채무 재협상에 대한 그리스 새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그리스 채무와 관련해 일정 부분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EU가 최근 몇 년 간 결정했던 그리스 관련 정책은 항상 경제성장만이 고려된 것은 아니었다"며 "일부 잘못한 부분들에 대해선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회담을 가진 후 "양국 간의 협력과 대화를 전제로 (이탈리아는)그리스를 최대한 지원하겠다"며 "그리스가 막대한 부채 상환과 관련해 EU 관련 기관과 타협할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