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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차대전 핵개발 과학자 "실패 원했다"…'맨해튼 계획' 관련 증언

강철규 기자  2015.01.05 09: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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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일본 교도통신은 4일 2차 대전 중 미국의 원폭 개발 계획인 '맨해튼 계획'에 과학자로 참가한 이사벨라 칼(93·여)이 "(원폭이) 성공하지 않기를 원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그녀는 올해 8월로 히로시마(広島)와 나가사키(長崎)에 대한 원폭 투하 70년을 맞게 된 시점에 미국 남부 버지니아 주 펄스 처치의 자택에서 교도통신에 이같이 말했다.

이 계획에 관여했던 과학자가 일본 언론의 취재에 응한 것은 드문 일이다.

칼은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 일본 원폭 투하에 대해 "전율을 느꼈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해 마음이 아팠다"고 회고했다. 

그는 함께 연구한 사람들 대부분이 계획이 성공하지 않기를 원했다면서 핵무기 사용 시비에 대해서는 "항상 복잡한 심정을 안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미국의 원폭 개발을 이끌던 물리학자 레오 실라르드 박사도 투하에 앞서 실험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미국 대통령에 보내는 등 실전 사용에 신중한 의견을 내비쳤었다. 

이사벨라의 증언은 과학자들 사이에 망설임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맨해튼 계획에는 다수의 과학자가 관여했지만 인원수 등 상세한 것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사벨라는 1944년 1월부터 약 반년 동안 계획의 일부를 담당한 시카고 대학에서, 발견된 지 얼마 안 된 플루토늄의 성질 해명을 목표로 하는 팀에 소속했다. 그는 이 계획에 참가한 소수의 여성 과학자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원폭 완성을 기다리지 않고 팀을 떠나 2차 대전 후에는 미 해군계열 연구시설에서 핵개발과 관계없는 연구에 종사했다.

미국에서는 원폭이 종전을 앞당겼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사벨라도 "원폭은 틀림없이 많은 인생을 망쳤지만, 많은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미군병사들로부터 원폭 개발에 공헌한 것에 대한 감사의 말을 들었다며 그 중 한 사람은 "목숨을 살려준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해서는 "세계의 치안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핵무기가 생긴 것은 매우 유감스럽지만, 생긴 이상 미국도 다른 국가도 그 위협을 (억지력으로) 계속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