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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쿠바 국교 정상화로 쿠바 내 반정부세력 큰 타격…'미국에 배신당했다'주장도

강철규 기자  2014.12.30 13: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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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를 전격 선언한지 2주일도 못되어 양국 간 화해가 원래 의도와는 반대로 쿠바 내의 반정부 세력에게는 큰 타격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쿠바 내에서 점진적 개혁을 추진하려는 온건파들과 달리 이들은 수십 년 동안 쿠바 국민의 자유를 위해 지하공작 등 힘든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미국의 새 정책에 의해서 완전히 배신당한 느낌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쿠바 정부가 중국과 베트남의 모델을 추종하려는 열망 속에서 정치적 개방을 선택하지만, 그 나라들처럼 경제가 호전된 후에도 국민들에게는 더 많은 자유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쿠바 내의 유명 반정부 단체 '흰옷 입은 여인들'의 베르타 솔레르는 "오바마가 실수한 것이다. 쿠바는 카스트로 형제가 살아 있는 한 변하지 않는다. 정부 내에선 긍정적 변화가 있겠지만, 국민들을 위한 변화는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온건파들은 쿠바 내에서 '아랍의 봄'같은 정치 개혁과 자유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쿠바 정부는 온건한 시민단체 등을 수용해서 새로운 개방 정책을 펼 것인지, 아니면 종전처럼 언론 자유와 집회의 자유 등을 엄격히 제한할 것인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라울 카스트로는 지난 20일 국회 연설에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체제가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개혁 성향의 쿠바인들은 새로운 국제관계 속에서 언론의 자유의 한계를 실험하는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해외 거주 쿠바인 중 타니아 브루게라가 지난 26일 귀국해서 쿠바 정권의 상징적 장소인 혁명광장에서 공연을 하겠다고 신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얻지 못하고 있다.

브루게라는 허가 없이도 공연을 강행하겠다며 젊은 지지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그녀를 비난하는 친정부 성향의 글들이 도배되고 공연 예정 시간에 부근에서 생맥주 시음회같은 선심성 행사들이 예고되는 등 친정부-반정부 세력 간의 충돌마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