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도입해 '경제 살리기'에 힘을 쏟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금은 작년에 비해 94%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의 일본 증시 순매수 규모는 8980억엔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월 한 달 동안 유입된 외국인 투자금액의 3분의1 수준이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간 순매수 규모 가운데 가장 적은 액수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15조1000억엔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10%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일본 은행들은 지난해 4조엔 가량을 매도했다가 올해 2조7000억엔을 사들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4년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일본 주식을 뺀 MV파이낸셜의 투자전략총괄 카트리나 램은 "일본은 글로벌 리더로서의 지위를 잃었다"며 "일본이 다시 이를 되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엄청난 변화가 있어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통화 완화, 재정 확대, 구조조정 등 아베노믹스의 3가지 화살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일본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실제로 일본 토픽스(TOPIX) 지수는 지난해 51% 상승해 선진국 중 가장 큰 성과를 냈다.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0월31일 일본은행(BOJ)의 깜짝 추가 경기부양책이 나오기 전까지 일본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픽스 지수는 올 들어 9.4% 상승했지만, 엔화 가치가 7년 반만에 가장 낮게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달러 환산 시 오히려 원금 대비 4.4%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일본 정부는 연금펀드 등을 동원해 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규모인 130조9000억엔에 달하는 연금을 운용하는 정부 연금투자펀드는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를 2배 가량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9조8000억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에노 다츠시 파인브릿지 투자운용 대표는 "내년에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올 수 있지만 아베노믹스가 시작했을 당시와 비교해선 미미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들은 10월27일부터 지난 19일까지 9720억엔에 달하는 일본 주식을 사들였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2조엔, 개인은 2조27000억엔을 매입했다. 이에 토픽스 지수는 12% 상승했지만 이는 단기적인 요인에 의한 일회성 결과라는 것이 시장의 견해다.
세라 아야코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 시장전략가는 "성장은 통화 완화에 기대지 않는 구조적인 부분에서 비롯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성장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생산성을 올리는 등의 방식이 필요하다"며 "눈에 띌만한 성장 전략이 제안된다면 외국인들은 다시 돌아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