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과 별도로 경찰의 외압·늑장 수사 의혹 및 한화 측 로비 여부를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경찰에 수사무마 청탁을 한 최기문 전 경찰청장과 청탁을 받고 수사를 중단시킨 장희곤 전 남대문경찰서장을 기소했다. 그러나 이택순 경찰청장 등 의혹을 받아온 경찰 고위직 인사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13일 장희곤 남대문서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폭력행위법상 직무유기로, 김욱기 한화리조트 감사를 제3자 뇌물취득 및 변호사법 위반으로, 동원된 조직폭력배 오모씨와 홍모씨를 각각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기소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기문 한화건설 고문(전 경찰청장)과 김모 한화 전략기획팀장, 강대원 전 남대문서 수사과장, 김 회장 기소시 분리결정했던 김모 한화 비서실장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홍영기 전 서울청장 등 현직 경찰간부 2명과 남대문서 경찰관 6명에 대해서는 징계통보를 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한화측 로비는 두 갈래로 나뉘어 전방위로 이뤄졌다.
최 고문이 서울경찰청 간부 및 남대문서장 등을 대상으로 수사 무마 청탁을 하는 동안 김욱기 한화리조트 감사와 김 감사가 동원한 폭력배 오씨와 홍씨 등은 남대문서 일선 수사관들 로비와 피해자 단속에 들어갔다.
실제로 사건 발생 4일 후 최 고문으로부터 청탁전화를 받은 장희곤 남대문서장은 남대문서가 벌이던 내사를 종결토록 지시했다.
서울경찰청 일부 간부들도 최 고문의 청탁을 받고 산하 광역수사대가 이미 김 회장의 보복 폭행 전말을 비교적 상세히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수사를 남대문서로 이첩하도록 묵인하거나 지시했다.
수사결과 한화측은 이번 사건 진행 과정에서 피해자 공탁금과 합의금으로 모두 13억7000만원을 사용했다. 박철준 서울지검 1차장검사는 "최 고문은 경찰 간부를 맡고, 김 모 한화리조트 감사는 남대문서 로비, 맘보파 두목 오 모씨는 피해자 무마를 담당해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가 청탁과 로비, 짜맞추기로 왜곡됐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처럼 경찰 고위직 간부들에 대해서는 연루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해 '면죄부'를 주는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택순 경찰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간 많은 걱정을 끼쳐드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청장은"이번 사건에서 나타난 불미스러운 일들이 모두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자신의 부덕 탓"이라며 사건 이후 쏟아진 국민들의 의혹제기와 비판을"겸허하게 받아들겠다"고 했다, 이번 수사에서 드러난 경찰수사의 여러 문제점을 "자기성찰과 쇄신의 계기로 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경찰청은 기자회견장에서 배포한 별도 자료를 통해 ▲청탁사건 회피제도 도입 ▲직무고발 활성화 ▲고위간부에 대한 내부고발사건 경찰청 특수수사과 전담수사 ▲청탁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 등 내용을 담은 `부정청탁 근절 및 수사공정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경찰은 또 ▲행정자치부와 협의해 공직자윤리법 개정 추진 ▲개별사건 수사지휘 권한 및 책임의 엄격한 일치 ▲서면지휘 의무화 ▲범죄첩보관리시스템 개발 ▲부당 지휘에 대한 이의제기제 도입 등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