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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부른 보이스피싱, 마수의 실태는?

김부삼 기자  2007.07.12 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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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수천여건 피해발생, 정부·기업체 주의예방에 총력전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일명 전화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작년 한해동안 경찰에 신고된 전화사기 건수만도 3200여건, 그 형태도 다양하다. 여행사인데 이벤트에 당첨되었다거나 국세청인데 세금을 환급해 주겠다. 심지어 법원이라며 전화도 빈번히 걸려오고 있고, 각종 유명 업체의 경품 당첨을 빙자하거나 환경미화원을 사칭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보이스피싱'이 전화상대방의 급박함을 이용하거나 들뜬 기분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한번 걸려들면 언제 낚였는지도 모르게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일단 당하면 돈을 되돌려 받는 것은 포기해야하는 실정. 급기야 최근 전화사단에 걸려 수백만원을 날린 70대 노인이 이에 비관 목숨을 끊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경찰과 각 시군, 금융당국 등이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낯선 사람들로부터 갑작스러운 전화가 걸려와 자신의 금융정보 또는 신상에 대해 묻거나 돈을 요구할 경우 즉각 경찰에 신고하거나 주의 또 주의하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70대 노인의 목숨까지 앗아간 '보이스 피싱'. 그 실태와 수법, 정부를 비롯한 기업체들의 대응책 등을 알아본다.
◆국내부터 국제조직 개입까지 국경없는 보이스피싱
#사례1=가장 흔한류는 경품당첨형이다. 제주시에 사는 백모씨(50). S사 휴대전화를 번호이동도 안하고 10년이상 사용한 우수고객인 백씨는 무료 콘도회원권과 무료 통화권을 제공하겠다며 회원이 부담할 금액은 한푼도 없다는 설명의 전화를 받았다.
이후 백씨는 회원증을 받았으나 회원증에는 가입금액이 표시되지 않아 당연히 무료라고 생각했던 것. 그러나 최근 신용카드 청구서를 확인하던 중 79만 8천원이 6개월 할부로 결제가 된 사실을 알게 돼 회원탈퇴를 요구하고 요금 환불을 요청했다.
이와 같이 최근 들어 경품 당첨이나 무료 혜택 제공 등을 빙자한 허위성 전화에 속아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현재 제주도소비생활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건수 547건 가운데 전화권유 방문판매 방식의 소비자 피해 상담은 66건으로 전체의 12.1%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4% 증가한 것이다.
주로 사용하는 수법은 유명 통신회사 우수고객에 선정되었다거나 우수고객 한정으로 무료콘도회원권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계약을 체결하거나 이벤트 경품에 당첨됐다며 건강 기능식품 샘플을 보내주는 수법 등이다. 제주도소비생활센터는 이같은 전화권유에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소비생활센터는 또 계약서나 약관이 도착하면 내용을 꼼꼼히 살피고 해당 사업자가 신뢰성이 있는지 확인할 것과 계약서나 약관을 보관해 둘 것을 조언했다.

#사례2=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나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다면 꼼짝없이 걸려들게 된다. 정부기관에 대한 신뢰덕에 이같은 류의 보이스 피싱은 가장 많이 먹혀들고 있고, 범죄성공률도 높은 편.
지난 9일 포항북부경찰서는 검·경찰,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전화사기(일명 보이스피싱)로 7천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Y씨(38.서울 구로구)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Y씨는 지난 5월 K씨(33.포항)에게 전화를 걸어 "신용카드 과다사용으로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으니 빨리 돈을 송금하라"고 말한 뒤 그런 적이 없다는 K씨에게 "그렇다면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다. 금융감독원 직원 연락처를 가르쳐주겠다"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댄 뒤 K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오자 "카드 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조회를 해보겠다"고 속여 알아낸 번호로 990여만 원을 가로채는 등의 수법으로 지금까지 10여 명에게 7천여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경찰은 구속된 Y씨에게 전화사기용 대포통장을 공급해주기 위해 지난해 12월 대출알선 사무실을 차려놓고 노숙자 등을 상대로 '통장계좌 한개당 20여만 원에 산다'는 광고를 내 4명으로부터 대포통장 40여 개를 산 혐의로 또 다른 Y씨(55·안양)를 불구속했다. 자신의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 돈을 받고 판 S씨(41) 등 4명도 불구속입건됐다.

#사례3=국제사기단. 보이스피싱에 중국인과 대만인 등 사기단이 적극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노숙자들을 모집, 명의를 빌린뒤 일인당 3~4개씩 수백여개의 대포통장을 만들어 사기행각을 일삼고 있어 추적도 어려운 현실.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중국인들에게 전화사기에 이용할 '대포통장'(계좌 개설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통장)을 만들어 준 뒤 피해자들의 돈이 입금되면 중간에서 가로챈 혐의(사기)로 임모(39)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일당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임씨 등은 올 1월 중국인 사기단이 중국에서 황모(55.여) 씨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 직원인데 당신 계좌가 사기사건에 이용됐다. 다른 통장으로 잔액을 이체해 보호해야 한다"고 속여 입금 받은 900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통장에 입금한 돈을 중국인들이 출금하기 전에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다른 계좌로 빼돌리는 수법으로 모두 5100여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중국인들에게 50여 개의 대포통장을 만들어 주면서 중국인들 몰래 자기들 이름으로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신청하는 한편 돈이 입금될 때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통보받도록 해 놓았다.
경찰에서 이들은 "중국인들이 돈 세탁을 위해 대포통장이 필요하다며 한 사람당 5000만원을 사례하겠다고 해 놓고 약속을 안 지켜 돈을 가로챘다"고 말했다.
이외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꾸며 자동차 공업사에 전화를 걸어 돈을 빌리는 수법으로 사기를 치는 행각도 벌어지고 있다.
전주 덕진경찰서는 지난 12일 정모씨(38)에 대해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씨는 지난 2일 낮 12시께 전주시 팔복동 모 자동차 공업사에 전화를 걸어 "교통사고가 났으니 일단 피해자 차량 수리비와 합의금을 송금해주면 그곳에 가서 수리도 하고 돈도 갚겠다"고 속여 276만원을 송금받는 등 지난 6월초부터 최근까지 전국을 무대로 같은 수법으로 모두 20명으로부터 236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눈만뜨면 신종수법이 탄생하는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시사뉴스 통권311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