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북·러 밀착, 국제 고립서 탈피 시도…정상회담 성사는 미지수"…中 당기관지

강철규 기자  2014.12.23 11:25:58

기사프린트

[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에게 5월 2차대전 승전기념식 참석을 요청한 사실이 공식 확인돼 그 파장이 주목되는 가운데 중국 유력 관영 언론이 그 배경 의도와 전망 등에 대해 분석했다.

2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중국 국제 전문가들을 인용해 "최근 북·러 양국의 외교 밀착 행보는 서방국 제재를 받는 두 국가가 단결하여 온기를 얻으려는 시도로 보인다"면서 "이런 시도의 주요 목적은 양국이 서방국의 제재에 더욱 잘 대처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김정은이 러시아의 초청을 받았다는 소식에 국제사회의 이목은 다시 최근 점점 가까워지는 이들 '파트너'에게로 집중됐다"면서 "지난달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방러를 포함해 양국의 관계는 점점 더 가까워지는 추세였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대학 러시아연구소 가오페이(高飛) 주임은 최근 유럽연합(EU), 미국 등 서방국이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 조치를 내놓아 루블화 가치 폭락 등으로 위기 상황에 빠져들고 있는 러시아 경제에 '설상가상(雪上加霜)'의 타격을 줬다면서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제재에 따른 경제 손실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정치적 이득을 얻는 효과는 있다고 설명했다.

가오 주임은 러시아는 이런 시도를 통해 서방국들에게 "자신이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중요한 정치체로, 한반도 문제에서는 특히 더 중요한 역할을 발휘하는 대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 측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지지를 필요로 했고, 핵 보유로 국제적인 제제를 받고 있는 북한이 이를 기회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려 한다고 중국 전문가는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인 퍄오젠이(朴鍵一) 중국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 주임은 그러나 이런 관계 강화 조짐을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퍄오 주임은 올해 양국이 성사시킨 경제 협력 프로젝트 중 일부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생전이던 지난 2002년 러시아를 방문해 러시아 측과 협의해 가동한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줄곧 북한과의 관계 강화를 아시아로의 귀환과 극동 개발 전략의 중요한 일환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가오 주임은 양국 모두 외교 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내년 양국 정상의 상호 순방 성사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역설했다.

그는 "최근 양국의 경제발전 수준 모두 높은 편이 아닌데 이는 양국 협력의 주요 장애물"이라면서 "양국이 협력을 통해 어려운 난관을 이겨낼 수 있는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신문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북·러 관계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인 북핵 문제의 영향을 받는다고 밝힌 바 있고, 일부 러시아 학자들은 북한의 핵 계획은 시한폭탄과 같아 러시아 정부에게 불안감을 조성해 양국 관계 진일보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 시도를 하는 것을 중국을 자극하기 위한 카드라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런민르바오의 이런 주장은 중국 지도부의 불편한 경계 시각을 암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중국 정부는 김정은의 러시아 초청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