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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살인’ 박춘봉 동거녀 살해 이유는?

만나주지 않는 동거녀에 앙심 품고…범행 나흘 전부터 월세방 구하러 다녀

허필슥 기자  2014.12.16 14: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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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허필숙 기자]경기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 피의자 박춘봉(55·중국동포)씨가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달 초 동거녀인 피해자가 집을 나가자 앙심을 품게 됐고, 범행 당일 공사장에 나가지 않은 상태에서 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피해자를 불러 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찰이 밝힌 범행시점보다 나흘이나 앞서 월세방을 구하러 다닌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범행 후 사용할 시신 훼손 장소를 미리 물색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박씨에게서 “지난 4월부터 동거했던 피해자 김모(48·중국동포)씨가 지난 달 초 짐을 챙겨 언니 집으로 들어간 뒤로 만나주지 않아 앙심을 품게 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16일 밝혔다.

수사본부는 또 박씨가 범행 하루 전인 지난 달 25일 자신이 일하던 공사장 작업반장에게“내일 하루 휴가를 내겠다”고 말한 뒤 퇴근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후 그는 다음 날인 26일 김씨에게 연락을 했고, 그가 일하는 마트에 찾아가 데리고 나온 뒤 오후 2시께 매교동 전 주거지로 함께 들어갔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박씨가 애초 범행을 목적으로 휴가를 내고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CCTV 등을 근거로 박씨가 지난 달 26일 오후 2~4시 매교동 집에서 김씨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며, 같은 날 오후 6시께 인근 교동의 한 월세방을 가계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박씨는 이보다 나흘 앞서 월세방을 구하러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지난달 22일 동거녀 김씨와 함께 거주했던 매교동 집에서 300여m 떨어진 교동 일대에서 집을 구하러 다녔고, 우연히 길에서 부동산중개업소 직원(71·여)을 만나 방을 구한다는 말을 건넸다. 이 직원은 “사무실로 찾아오라”고 했고, 박씨는 다음날인 23일 오후 교동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가 직원을 찾았다.

부동산중개업소 대표 A(51)씨는 “당시 박씨가 사무실로 찾아와 직원을 찾길래 자리에 없다고 하니까 그냥 돌아갔다”며 “나중에 직원에게 인상착의를 얘기하고 누구인지 물었더니 (직원이) 미리 적어놨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줘 다시 방문하라고 연락했다”고 말했다.

당시 박씨는 이 직원에게 자신을 '손씨'라고 소개하고 휴대전화 번호는 동생의 것을 알려줬지만 계약이 성사되자 휴대전화를 해지해버렸다. A씨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A4용지 2매 분량의 제보서를 경찰에 제출한 상태다.

박씨는 또 시신을 훼손한 교동 집 이외에 29일에도 집 근처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새 집을 구하려고 했던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결국 경찰이 밝힌 범행시점보다 나흘이나 앞서 박씨는 시신 훼손 장소 등을 물색하고 다녔으며, 시신을 훼손한 뒤 또 다른 집을 찾으러 다닌 셈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박씨가 사건 당일 전부터 집을 구하러 다녔는지는 미처 몰랐다”며“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수사본부는 박씨가 지난 1992년 9월 본명으로 입국해 4년 뒤인 1996년 11월 출국한 사실이 출입국기록을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후 1998년 12월 이모(70)씨 이름으로 입국해 사문서 위조로 검거, 2003년 4월 사문서 위조죄로 춘천지법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같은 해 7월 강제퇴거 조치됐다.

2006년 3월 자신의 이름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다 적발돼 입국이 거부되자 2008년 12월2일 박모(65)씨 명의로 된 위조 여권을 이용, 90일짜리 단기 비즈니스 비자(C-3)로 입국했다.

박씨에 대한 현장검증은 17일 수원 매교동 전 주거지, 교동 월세집, 수원천변, 팔달산, 수원 오목천동 야산 등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