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15일(현지시간)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러시아 금융 당국이 기준금리 대폭 인상 카드를 내놨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최근 루블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절하되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도 커져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기준금리를 기존 10.5%에서 17%로 전격 인상했다. 중앙은행은 또 러시아가 향후 2년 간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지난 11일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 올린 데 이어 6.5%를 추가 인상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다. 1998년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 이후 최대폭에 달했던 이번 금리 인상까지 포함하면 올 들어서만 6번째다.
한 번에 금리를 5%포인트 이상 인상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러시아 당국의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가치 하락세를 막기 위해 8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투입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금융 당국은 지난 11일 하루 동안에만 5억 달러를 투입하는 등 최근 11일 동안 환율 방어에 모두 59억 달러를 수혈했지만 추락하는 루블화 가치를 붙잡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루블화는 15일 1998년 이후 하루 하락으로는 최대 폭으로 떨어지는 등 1달러 당 60루블을 넘어선 61.25루블을 기록했다. 유로화 대비 환율도 전날에 비해 3.79루블이 오른 76.10루블에 거래됐다. 루블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48% 가량 급락했다.
가트맨 래터의 데니스 가트맨 대표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당국의 이번 조치는 루블화 하락을 막아주는 일시적인 조치일 뿐"이라며 "중앙은행은 이번 결정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지금보다 더욱 열악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조만간 환율이 달러당 100루블까지 폭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는 경제학자 아이켄그린은 "기준금리 인상은 시간을 버는 행위에 불과할뿐 러시아 경제가 맞닥뜨린 위기를 해결해주진 못한다"며 "러시아 국민들이 돈을 가지고 국외로 빠져나갈 수 없다면 차라리 돈을 집에다 두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