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14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해산 전보다 2석 줄어든 291석을 얻었지만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이 35석을 획득, 연정 세력이 개헌 가능한 3분의 2(317석)를 넘는 326석을 얻는 압승을 거둠으로써 일본의 우경화 행보가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는 자신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에 대한 국민투표나 마찬가지였다며 이번 선거 압승으로 국민들의 신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승리로 2018년까지 최대 4년의 임기를 다시 보장받아 장기 집권 체제를 굳힌 아베 총리는 경기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를 회생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경제 회생에 초점을 맞춰나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자신의 숙원이라고 말해온 개헌에 대한 의욕도 감추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국내외에서 많은 비난을 불렀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등 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나갈 것이라면서 헌법 개정은 자민당의 오랜 염원이었고 보다 많은 토론 등을 통해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오키나와(沖繩)의 미군기지 재배치 등 안보 문제를 의회에서 적극적으로 다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아베 총리의 발언과는 달리 자민당의 압승을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정책에 대한 지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분석가 이모리 가오루는 "자민당이 잘 해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 야당들이 워낙 잘못해서 자민당이 승리한 것뿐이다. 일본 유권자들에게 다른 선택 대안이 없었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은 한 손을 뒤로 묶인 상태나 다름없었다"며 유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한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승리한 자민당에 개혁에 대한 압박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정치 관측통 무라마쓰 데루히사 역시 자민당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게이단렌(經團連)과 같은 강력한 로비 집단의 지지를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완전히 강력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정비밀보호법 발효를 둘러싸고 아베 정부에 반발하고 있는 일본변호사협회와 신문발행·편집인협회 등과 함께 게이단렌은 아베 총리의 소비세 재인상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강력한 로비 단체들의 반발은 아베가 앞으로 자신의 개혁을 추진해나가는데 장애 요소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법적으로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인 일본중앙은행(BOJ)의 행보도 관심거리이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BOJ 총재는 현재 디츨레이션 탈출을 위해 아베 총리와 무제한 양적 완화 정책에 뜻을 함께 하고 있지만 아베노믹스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데도 무한정 아베 총리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소피아 대학의 나가노 고이치(永野廣一)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것이고 그다지 감명적인 것도 결코 아니라며 자민당 압승의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압승으로 분명 숨을 돌릴 여유를 여유를 되찾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잠시의 여유일 뿐이다. 진짜 도전은 이제부터 그가 이뤄나가야 할 개혁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까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이다. 다른 선택 방안이 없는 아베로서는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이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베노믹스가 실패로 드러날 경우 아베 총리뿐만 아니라 일본 자체가 추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결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민들과 관료들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개혁의 도입이 관건이다. 그리고 개혁을 위해서는 아베가 그토록 추진하고 싶어 하는 평화헌법 개헌 등 우경화 움직임에 스스로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아베의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종군위안부 강제연행 부인 등 과거사 부정과 기승을 부리는 혐한 시위, 동중국해에서 중국과 벌이고 있는 영유권 분쟁 등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우경화로 한국과 중국 등 이웃국가들과의 외교관계가 냉각되고 있는 것도 아베의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