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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여성들, "입고 싶은 옷 입을 권리" 요구 거리 행진

미니스커트 입은 여성 공격 잇따른데 항의

강철규 기자  2014.11.18 17: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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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여성들이 17일 여성들도 미니스커트 등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마음대로 입을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요구하며 대규모 거리 행진에 나서는 등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최근 케냐에서 일단의 남성 폭도들이 도발적 옷차림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미니스커트 등을 여성들을 둘러싸고 옷을 찢으며 강제로 발가벗기우는 동영상 수 건이 나돌면서 여성들의 분노를 폭발시킨데 따른 것이다. 미니스커트 등을 입은 여성들은 이날 해시태그 #마이드레스마이초이스(#MyDressMyChoice)에 게시된 여성들에 대한 폭행에 항의했다.

케냐에 서구식 생활 양식이 들어오면서 기존의 전통적 아프리카 생활 양식과 충돌하면서 일부 남성들은 미니스커트 등에 반감을 나타내 왔다. 하지만 여성들은 이를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라며 반발해 왔다.

검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시위에 참여한 레이첼 마추아라는 여성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공격은 소득이 낮은 남성들이 잘 차려 입은 성공한 여성들에 대한 공격이라며 이는 사회·경제적 여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냐 사회가 보수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기독교가 다수인 케냐에서 이 같은 일이 종교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 할 수 있다.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은 최근 수년 간 케냐에서는 성희롱이 보편화돼 왔다며 가만히 있는다면 누구라도 거리에서 발가벗겨질 수 있다고 다른 여성들에게 경고했다.

26살의 마추아는 "케냐 남성들은 여러 부류로 나뉜다. 내 아버지는 나에게 시위에 참가하도록 독려하며 누구라도 자신이 원한다면 어떤 옷이라도 입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남성들도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접하기 힘든 것으로 생각되는 여성을 희생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케냐에서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비록 고위 공직자나 의회 내 여성 비율은 높지 않지만 케냐 외무장관 직도 여성이 맡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여성 공격에서는 나이든 할머니들이 피해 여성들을 담요로 덮어주며 보호해주기도 했다.

이날 거리 행진에 나선 약 1000명의 시위대 가운데 약 10% 정도는 남성들이었다. 시위에 참가한 제임스 와마타이라는 남성은 "남녀 모두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고 생각해 시위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33살의 와마타이는 동영상 속에서 여성들이 겪는 수모는 정말 끔직한 것으로 어떤 여성들도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케냐의 모든 여성들이 이날 시위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딸만 3명을 두었다는 울다 아키니라는 여성은 "딸들에게 남의 주의를 끌지 않도록 보수적인 옷차림을 하라고 교육한다"며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남성들도 이날 시위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존이라는 이름만 밝힌 한 남성은 여성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자신을 유혹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마타투스라고 불리는 소형 버스를 운전하는 데이비드 은동고라는 남성 역시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은 사실상 절반 이상 옷을 벗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마타투스에서는 여성들에 대한 성추행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