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한·중 정상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 재개 방안을 협의해나가기로 했다. 또 연내에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정상회담을 통해 이같이 논의했다고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밝혔다.
양 정상은 이날 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 포기’라는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하고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과 핵 능력 고도화를 차단하기 위한 의미 있는 대화를 재개할 수 있도록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안을 협의해나가기로 했다.
◆시 주석, 北 핵 명확한 반대 재천명
박 대통령은 북한의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과 함께 북한의 태도변화를 위한 중국 측의 역할을 기대했다. 또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및 교류 확대를 위한 양국 협력 필요성과 함께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구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시 주석은 북한 핵에 대한 명확한 반대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철저히 준수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재천명했다고 주 수석은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3국 고위급 회의에서 3국 간 협력을 정상화하기로 한 것을 바탕으로 연내에 3국 외교장관회의를 열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공감하고 후속조치를 논의하기로 했다. 회담에서 시 주석은 중·일 관계를 포함한 동북아지역 내 주요 정세에 대해 박 대통령이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 수석은 “(중·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최근 '4개 항목', 그런 얘기를 포함해 전반적인 얘기를 (시 주석이)하셨는데 워낙 오늘 짧은 시간에 많은 얘기를 동시통역으로 번개같이 했기 때문에 그런 정도로 설명하고 청취한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朴대통령 “한·중 FTA, 세계 경제에도 반가운 소식”
이날 양 정상은 양국이 타결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한·중 FTA가 2년여 만의 협상 끝에 드디어 핵심 사안에 합의해 오늘 정상회담을 계기로 협상이 실질적 타결됐음을 발표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한·중 FTA 협상 실질 타결은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는 세계경제에도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2년간 양국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욱 커졌고 협력에도 많은 성과가 있었다”면서 “오늘의 성과를 함께 축하하면서 앞으로 세부 사항들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서명 발효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해 갔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박 대통령은 ‘짜오칭라오끙친(交情老更親)’이라는 중국 시인 두보의 시구를 인용하면서 “‘우정을 오래 나눌수록 더욱 친밀해진다’는 말처럼 주석님과의 만남이 거듭될수록 친밀감이 커지고 한·중 관계의 깊이도 더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한 양국은 가깝게 자리 잡고 있는 좋은 이웃이자 좋은 동반자”라며“양측은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해 각 분야의 교류 및 협력에 지속적이고 깊이 있는 발전을 추진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중 FTA가 타결된 데 대해 “양측의 공동노력에 의해 협상이 중대한 진전을 거두는 소식을 기쁘게 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 AIIB 한국 참여 요청…양국, 외교관·관용·공무여권 사증면제도
시 주석은 또 최근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기존 다자국제금융기구의 보완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들면서 한국이 참여해줄 것을 기대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향후 이 문제에 대해 계속 긴밀히 소통해나가자고 답했다.
빨간색 재킷에 진한 감색 바지 차림으로 회담에 나선 박 대통령은 인민대회당 동대청 입구에 마중나온 시 주석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한 뒤 곧바로 회담장으로 자리를 옮겨 30분가량 회담을 가졌다.
또 회담 뒤에는 FTA 서명식장으로 이동해 FTA 합의의사록 서명 및 외교관·관용·공무여권 사증면제 협정 서명식에 참석했다.
이날 회담에는 중국 측에서 왕후닝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리잔슈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치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 치우궈홍 주한중국대사 등이 참석했으며 우리 측에서 윤병세 외교·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권영세 주중대사 등이 배석했다.
주 수석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양측 간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한반도 등 지역 및 국제문제에 대한 상호 소통과 협력을 가일층 강화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