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밤 10시 이후가 굉장히 중요하다. 청와대는 그 시간 절해의 고도처럼 적막강산이다. 대통령이 옳지 않은 사람을 만나 좋지 않은 보고를 받으면 국정 난맥을 초래할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11일"대통령에게는 저녁 10시 이후가 굉장히 중요한데 노무현 대통령은 이 시간에 인터넷을 하시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다"며 노무현 정부의 참모진, 언론정책, 선거중립 위반 논란 등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박 실장은 이날 저녁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열린 공개특강은 최평길 교수(대통령학) 특강에서 "국민의 정서와 국정 운영에 대해 언론만큼 정확하게 지적하는 기관도 현재로서는 없다"면서 저녁 9시 이후 모든 신문과 TV 뉴스 등을 꼼꼼히 챙겼던 김 전 대통령의 일화를 소개한 뒤 이 같이 밝혔다.
박 전 실장이 외부 강연에 나선 것은 2002년 2월 국민의 정부 마감과 함께 정치의 전면에서 퇴장한 지 4년여만의 일로 그는"5년만의 외출이다. 합법인지 불법인지 모르지만 설렌다"고 표현했다. 복권은 안되고 사면만 된 처지를 빗대 '반쪽짜리 국민'이라고 자칭한 그는 과거와 현재를 관조하며, 때로 '뼈있게' 현실을 겨누기도 했다.
박 전 실장은 "이 시간에 충고하는 언론과 각종 보고서를 대하면 (지금과는) 다른 국정운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만약에 인터넷에서 악플이라도 읽으면 스스로 화나는 일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노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이어 "참여정부의 사람들에게 대통령이 밤 10시부터 자정까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지낼 수 있을지 방법을 모색하라고 충고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전 실장은 "비서는 비서일 뿐 정치인이 아니다. 개인적 의견을 주장할 '정치적 입'은 없다는 생각"이라고 '비서관(觀)'을 비쳤다. 그는 또"레임덕 방지는 역시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국정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있다"며"임기 마지막 해에 청와대가 철저히 정치와 분리돼야 우리는 우리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비서진은 각계 인사로 조화롭게 구성하되 측근도 꼭 있어야 한다. 측근은 때로 대통령 입을 막고 차앞에 드러누워 가지 못하게 하는 일도 해야 한다. 다만 레임덕도 가장 가까운 측근으로부터 나온다"고 덧붙였다.
박 전 실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통령의 정치 개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DJ 정부 시절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대선 시기에 정치적 중립입장을 수 차례 밝혔던 경험을 소개하며 "대통령과 청와대가 정치권과 철저히 분리돼야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