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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되찾은 10년'"

김부삼 기자  2007.06.09 1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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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전 대통령은 9일 "지금 일부에서 '잃어버린 10년'을 운운하면서 6월 항쟁의 성과를 폄훼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언어도단의 주장"이라며 "50년에 걸친 독재에 종지부를 찍고 세계가 공인하는 민주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어떻게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이냐"고 비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시내 성공회대성당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통해 "6월 항쟁은 우리나라에서 독재의 출현 가능성에 대해 최종적으로 종지부를 찍은 빛나는 업적이며, 민주주의 확립의 결정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6자회담의 성공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위해서도, 정상회담의 맥을 끊지 않기 위해서도, 남북정상회담이 금년 8.15까지는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6월 항쟁의 정신은 자유와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정신"이라며 "6자회담의 성공이야말로 이러한 목적을 달성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남북연합제, 남북연방제, 완전통일의 단계를 밟아가면서 공동승리의 통일을 해야한다"며 '3단계 통일론'을 제시한 뒤 "평화적인 통일의 과정과 안정이야말로 6월 항쟁의 정신을 바르게 계승하는 길"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도 남북 사이에 일촉즉발의 긴장상태가 계속되어 판문점에서 총소리 한번만 나도 피난갈 준비를 하던 이 나라 국민들이 이제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동요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북한의 변화를 가져온 것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함세웅 신부, 박형규 문동환 목사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김대중 전 대통령 6.10항쟁 20주년 기념사 전문
존경하는 여러분!
6월 항쟁 20돌을 맞이하여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민주화 제단에 귀중한 생명을 바치신 영령들의 명복을 빌어마지 않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희생과 노력을 아낌없이 바쳐 오늘의 민주화를 이룩해낸 민주인사들과 국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종교계가 독재정치의 전과정 동안 국민의 선두에서 민주화 투쟁을 위해서 헌신한 것에 대해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우리 국민은 이승만 독재, 박정희 독재, 전두환 독재, 이 세 번에 걸친 독재를 모든 희생을 아끼지 않고 싸워서 극복했습니다. 그중에서도 6월 항쟁은 우리나라에서 독재의 출현 가능성에 대해 최종적으로 종지부를 찍은 빛나는 업적이 되는 것입니다. 6월 항쟁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이제는 어떠한 독재자도 다시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6월 항쟁은 민주주의 확립의 결정판인 것입니다.
6월 항쟁을 통해서 우리는 여야 정권교체를 확립하고, 노동자와 여성의 권리를 완벽하게 실현시켰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만들고, 의문사 진상규명을 했으며, 친일파 재산을 몰수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오랜 고질병인 정경유착과 대형부패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경제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우리 경제는 정보화의 성공과 더불어 세계 10대 경제권에 들어가는 위업을 이룩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4대 보험의 개혁과 기초생활보장법 등을 통해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노력해왔습니다. 문화 관광분야에서는 세계가 놀랄만한 발전을 일으켜서 한류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중동에까지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 되는 자유와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된 가운데 이룩된 것으로써 6월 항쟁의 위대한 결실이라고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지금 일부에서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면서 6월 항쟁의 성과를 폄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는 언어도단의 주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0년에 걸친 독재에 종지부를 찍고, 세계가 공인하는 민주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어떻게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입니까?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50년 동안 잃어버렸던 우리의 민주주의를 되찾은 10년인 것입니다.
정경유착과 대형부패가 판을 치고, 금융계와 경제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화된 경제를 '국민의 정부'이래 지금까지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경제로 발전시켜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어찌해서 '잃어버린 10년'이 되겠습니까?
과거에 버림받았던 서민대중을 위해서 비록 미흡한 점은 있으나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여러가지 사회적 개혁을 한 것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폄하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북 사이에 일촉즉발의 긴장상태가 계속되어 판문점에서 총소리 한번만 나도 피난갈 준비를 하던 이 나라 국민들이 이제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동요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북한의 변화를 가져온 것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국민의 정부' 이래 10년은 비록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과거 '잃어버렸던 50년'을 되찾은 그러한 10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골드만삭스라'는 세계적 권위기관이 발표한 것을 보면 한국은 21세기 중반까지는 미국 다음의 경제적 발전을 이룩하고 국민 1인당 소득은 8만 1천불에 이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독일의 '디 벨트'지는 30년 후의 한국은 독일을 능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모든 자랑스러운 전망은 자유롭고 창의가 넘치는 지난 10년 동안의 민주주의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다 잘된 것만은 아닙니다. 아직도 민주주의를 백안시하는 사람들이 있고, 남북관계 개선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고통받는 서민대중에 대해서 정치권의 관심과 노력이 크게 부족한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분야들에 대해서 크게 반성하고 시정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우리의 민주주의와 국가의 모든 문제는 남북관계가 안정되고 통일 지향적인 평화가 확립되었을 때 확고히 보장됩니다. 우리는 전쟁과 대혼란의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베트남식의 무력통일이나, 독일식의 흡수통일을 배제해야 합니다. 그리고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의 3원칙 밑에 남북연합제, 남북연방제, 완전통일의 단계를 밟아가면서 공동승리의 통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같은 4대국에 둘러 싸여있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나라입니다. 여기에서 같은 민족끼리 대결하고 한쪽이 한쪽을 타도하는 그런 자세를 밀고 나갔다가는 민족이 공멸하거나, 또는 우리의 장래에 큰 타격을 입는 사태가 오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통일은 지상과제이지만 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통일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남북한 공동승리의 통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혼란이 없고 안정된 통일을 이룩할 수 있고, 그리고 민족이 힘을 합쳐서 큰 발전의 길을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화적인 통일의 과정과 안정이야말로 6월 항쟁의 정신을 바르게 계승하는 길이요, 종교계가 지향하는 사랑과 평화와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6월 항쟁의 정신은 자유와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정신입니다. 6자회담의 성공이야말로 이러한 목적을 달성시킬 것입니다. 다행히 지난 2월 13일의 합의를 통해서 북한은 미국과의 오랜 숙원인 직접대화와 안전보장, 경제제재 해제, 국교정상화의 문제를 합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편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데 동의하도록 하였습니다. 북미 양쪽 모두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습니다. 만일 여기서 파탄이 되면 미국도 북한도 손실이 있을 뿐입니다.
저는 이런 의미에서 6자회담은 지금 부차적인 문제로 정체되고 있지만, 결국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화를 통한 해결, 주고받는 거래, 그것 이외에는 다른 길은 없습니다. 6자회담의 성공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위해서도, 정상회담의 맥을 끊지 않기 위해서도, 남북정상회담이 금년 8.15까지는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지도자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까지 해 오신 바와 같이 국민의 선두에서 민주주의와 평화와 정의를 위해서 바치신 노력을 앞으로도 계속 헌신적으로 다 하셔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난 10년을 부인하는 반민주적 움직임에 대해서 큰 경각심을 가지고 대책을 해 나가셔야 하겠습니다.
남북화해와 통일을 외면하고 냉전적 대결을 지향하는 일부세력에 대해서 엄중한 감시와 견제와 설득을 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해 오신 바와 같이 앞으로도 국운융성과 민족화해협력을 위해서 더 한층의 공헌이 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6월 항쟁의 정신을 계승하여 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수호하고 발전시켜 나갑시다.
고통받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정의의 실현에 앞장섭시다. 민족의 화해협력과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 정성과 노력을 다합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