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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할인 분양에 속타는 입주자들

김승리 기자  2014.09.26 10: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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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경기 고양시 삼송동 입주 2년차 아파트에 사는 A(45)씨는 최근 집을 매물로 내놓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분양가와 이자비용 등 자신이 냈던 금액과 시세가 크게 차이나지 않았기 때문.

"부동산 경기가 회복 중이라는데 집값 상승폭이 더디다"는 A씨 푸념에 중개업소 대표는 "미분양된 인근 새 아파트가 할인판매를 하고 있어 기존 아파트는 가격 상승이 더딜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더 싸야 매수 문의가 온다"며 "미분양을 생각하면 당분간 큰 폭 상승은 힘들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집값이 오른다길래 부동산을 찾았는데 매도 가능가격은 분양가와 이자비용을 생각하면 손에 남는 것이 없는 수준이다. 오히려 손해가 날 가능성도 있어 받아들기 힘들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입주 후에도 미분양으로 남은 아파트들을 할인판매하면서 집값 하락을 부채질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공급이 한꺼번에 몰렸던 2기 신도시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다. 

삼송지구는 법정관리 중인 B사가 채권단 방침에 따라 미분양 물량을 최대 36%까지 할인 판매하면서 집값이 휘청거렸다. 이어 다른 건설사들이 할인 행렬에 동참하면서 매매가격이 일괄 하향 조정된 상황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10년 입주한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C단지는 분양가 대비 최대 30%를 할인해줬다. 시스템에어컨 등 무상 옵션을 포함하면 36%를 깎아준 격이다. 2012년 입주한 고양시 덕양구 신원동 D단지도 선납할인과 확장비 무료 등 혜택을 감안하면 최대 18%를 할인해줬다. 

삼송지구 외 용인과 파주, 김포, 인천 등의 일부 중대형 아파트도 최대 30% 내외 할인율이 적용돼 팔리고 있다. 인천 영종하늘도시 E 아파트는 최대 30%가량 할인분양을 하는 건설사에 반발, 입주민이 분신했을 정도다. 이들 대부분이 준공 후 악성 미분양 물량이다. 

A씨는 "정상 분양가를 모두 낸 입주자의 경우 간접적으로 재산권 피해를 입은 셈"이라며 "1억원을 할인해 판매한다는 광고가 붙으면 해당 아파트는 물론 주변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도 1억원 할인된 가격을 매매기준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건설사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분양 물량은 관리비용만 나가기 때문에 싸게라도 팔아 현금화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 '분양가가 높다'는 지적에는 '경기 침체'를 탓하는 메아리가 돌아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 등 관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라도 깎아 팔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택분양업계에서는 과도한 경쟁이 제살 깍아먹기식 할인분양을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체 대표는 "타사 특히 대형사가 할인행사를 하면 중견업체는 브랜드 등에 밀리기 때문에 가격을 깎을 수밖에 없고, 대형사 물량이 소진될 때까지 판매가 안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수도권 중대형 미분양이 장기간 지속된 이유 중 하나가 업체들의 제살 깎아먹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