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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캐나다 ‘FTA 체결’…양국 동반자 관계로 격상

‘9년 만에 FTA 종지부’…에너지·남극 등 호혜협력
‘전략적 동반자 관계’ 설정…한반도 평화에 공동보조

김부삼 기자  2014.09.23 09: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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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박근혜 대통령과 스티븐 하퍼(Stephen Harper) 캐나다 총리의 23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업그레이드시켰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FTA를 비롯해 상호보완성이 큰 분야에서의 '주고받기'식 경제협력을 고리로 인문·사회와 외교 분야로까지 협력 지평을 넓혀기로 한 셈이다. 양국은 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한 한반도의 평화실현에도 공동 보조를 맞춰나가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로 수교 5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의 한 시대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50년을 맞이해 호혜적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의미가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9년 만에 FTA 종지부…에너지·남극 등 호혜협력

이번 정상회담에서 거둔 경제분야의 최대 성과는 협상 개시 9년 만에 정식서명하게 된 한·캐나다 FTA다.

한·캐나다 FTA는 우리 기업의 북미지역 진출에 큰 디딤돌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상당하다. 이를 통해 양국은 향후 10년 이내에 수입액의 약 99%를 자유화함으로써 사실상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특히 캐나다는 우리의 대(對)캐나다 최대 수출품목(수출비중 42.8%)인 승용차 관세(6.1%)를 24개월 내에 철폐하게 돼 우리로서는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과 동등한 경쟁여건이 확보될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 및 가전제품과 섬유제품 등의 분야 역시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이 같은 FTA를 통해 10년 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는 0.04%, 소비자 후생수준은 약 5억1000만달러 증가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북미시장과의 FTA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한·미 FTA에 이은 한·캐나다 FTA 타결로 '한·미-한·캐나다-NAFTA' 간 시너지 효과가 높아질 것이란 얘기인데 우리나라로서도 이번이 12번째 타결된 FTA로 경제영토가 GDP 대비 59.8%로 확대된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협정서명식에서는 셰일가스·오일샌드와 태양광에너지 기술 등 서로 강점을 지닌 기술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기술개발 협력 MOU가 체결됐다.

셰일가스·오일가스 및 태양광에너지 등의 기술협력 약속이 대표적인데 셰일가스 분야의 경우 4∼6년, 오일샌드 분야는 2∼3년 가량 캐나다의 기술이 앞서 있다. 반대로 태양광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청정에너지 기술 노하우는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다.

이를 감안해 양국은 스마트그리드·전력저장장치 등 우리나라의 IT 활용 에너지신산업과 셰일가스·오일샌드 등 캐나다의 비전통에너지원 탐사·개발기술을 공유, 실질 협력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양국은 셰일가스·오일샌드 관련 기술 공유, 2차전지 기술협력,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소비하는 소규모 전력망 '마이크로그리드' 기술 협력, 나노·양자융합기술 개발협력 등의 내용을 담은 다수의 MOU를 체결했다.

북극탐사에 대한 협력을 약속한 점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거둔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캐나다는 지리적인 북극 연안국가로 북극이사회의 의장국이기도 하며 북극 국제공동연구허브 구축을 목표로 북극에 연구기지도 건설하고 있다.

양국 극지연구소 간 MOU 체결 합의를 통해 캐나다 북극연구기지(CHARS)를 공동활용함으로써 선진 북극 과학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또 지질자원연구원과 캐나다 지질조사소의 MOU 체결로 캐나다 인근 북극지역의 지질 및 자원 등에 대한 공동조사를 통해 향후 북극지역이 본격 개발되면 자원확보에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게 될 전망이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 설정…한반도 평화에 공동보조

이번 정상회담에서 통해 양국은 FTA 체결을 계기로 1993년 이후 설정된 '특별동반자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켜 국가간 협력을 보다 확대·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경제적 중요도가 높고 가치공유 수준이나 국민들 간 호감도가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동맹(미국) 관계를 제외하면 가장 협력 수준이 높은 것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 할 수 있다.

캐나다는 정치·외교적으로 핵심가치를 공유하거나 FTA를 체결한 국가, 중요 교역국 가운데 전략적 공조 필요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국가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는다.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캐나다는 중국·러시아·EU 등에 이어 우리나라의 19번째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국가가 됐다. 우리는 중국·칠레·이스라엘·EU 등에 이은 캐나다의 5번째 전략적 동반자 국가다.

협력의 '격(格)'이 높아짐에 따라 양국 간 실질협력을 포함해 '세계 평화와 번영'이라는 공동의 목표 추구도 양국 관계의 주요 목표가 됐다. 그런 맥락에서 양국 정상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및 번영에 공동보조를 취한다는 입장을 공동선언문에 반영했다.

우선 한반도 문제에 있어 두 정상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추구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평화와 안정에 대한 희망을 재확인한다고 명시했다. 하퍼 총리는 박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에 대한 지지의사도 다시한번 밝혔다. 또 '모든 핵무기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현존하는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란 표현으로 북핵 폐기를 재차 촉구했으며 북한 인권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두 정상은 동북아에서의 신뢰구축을 위해 역내 대화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 하퍼 총리는 지난 3월에 이어 박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협력 의지도 다졌다. 유엔(UN),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주요20개국(G20) 등 다자협의체에서 공조를 강화하고 개발협력 분야에서의 양국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2012년 양국 공적개발원조(ODA) 기관 간 체결된 한·캐나다 개발협력 MOU의 후속조치로 아시아 및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공동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유엔의 개발의제인 '포스트(POST) 2015' 달성을 위한 공동 노력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밖에도 양국은 인적·문화적 교류 확대 차원에서 청년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의 확대 및 개편을 협의하기로 했다. 1995년 한국과 캐나다의 워킹홀리데이 양해각서 체결 당시 200명이었던 쿼터는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돼 현재는 연간 쿼터가 4000명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