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마린 칠리치(26·크로아티아·세계랭킹 16위)가 돌풍끼리 맞붙은 결승에서 니시코리 게이(25·일본·세계랭킹 11위)를 꺾고 US오픈 정상에 섰다.
칠리치는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플러싱 메도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니시코리를 3-0(6-3 6-3 6-3)으로 완파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결승은 '돌풍'의 주인공끼리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남자 테니스의 '빅4'로 불리는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앤디 머레이(영국) 중에 단 한 명도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것은 2005년 호주오픈 이후 처음이다.
준결승에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고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결승 무대를 밟은 칠리치는 첫 메이저대회 우승까지 일궈냈다.
칠리치는 US오픈에서 처음으로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크로아티아 선수가 됐다.
크로아티아 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1년 윔블던에서 우승한 고란 이바니세비치에 이어 역다 두 번째다. 이바니세비치는 현재 칠리치의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니시코리는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를 꺾으며 아시아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대회 결승에 진출, 돌풍을 이어왔으나 우승에 닿지 못했다.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게 된 니시코리는 그저 아시아인 첫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 결승 진출이라는 역사를 쓰는데 만족해야 했다.
팽팽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승부는 싱거웠다.
칠리치는 강력한 서브로 니시코리를 몰아붙여 1시간54분만에 승리를 챙겼다. 최고 시속 216㎞의 서브를 꽂아넣은 칠리치는 서브에이스를 17개나 뽑아내며 니시코리를 압도했다.
체력을 잔뜩 소진하고 결승에 오른 니시코리는 긴장감까지 겹친 탓인지 좀처럼 8강과 4강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보이지 못한채 무기력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니시코리는 16강과 8강에서 밀로스 라오닉(캐나다), 스탄 바빙카(스위스)와 잇따라 풀세트 접전을 치르는 등 접전을 벌인 바 있다.
1세트를 33분만에 가져온 칠리치는 2세트 게임스코어 1-1로 맞선 상황에서 내리 두 게임을 가져오며 기세를 이어갔고, 서브에이스 4개를 잇따라 꽂아넣으며 자신의 서브게임을 가져와 게임스코어 4-2로 리드를 지켰다.
칠리치는 니시코리의 서브게임을 잇따라 브레이크하면서 2세트마저 챙겼다.
3세트 첫 게임에서 서브에이스 3개를 꽂아넣으며 기선을 제압했던 칠리치는 계속되는 접전에 결국 듀스까지 몰렸다. 그러나 니시코리의 백핸드샷과 포핸드샷이 연달아 코트를 벗어나면서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켰다.
칠리치는 3세트 게임스코어 1-1로 맞선 상황에서 강한 서브를 앞세워 내리 3게임을 수확, 승리를 눈 앞에 뒀다.
니시코리가 자신의 서브게임을 착실히 지키며 따라붙었지만 이미 승부는 기운 뒤였다.
게임스코어 5-3으로 앞서가다 자신의 서브게임을 맞은 칠리치는 강력한 서브로 내리 세 포인트를 따내 챔피언십 포인트를 잡았다.
더블폴트를 저지르면서 니시코리에 한 포인트를 내줬던 칠리치는 이어진 랠리에서 니시코리의 백핸드샷이 코트를 벗어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칠리치는 코트에 누워 첫 메이저대회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