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73억 추적…과거 집행부 분식회계로 조성 의혹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26일 장동익 의협 회장이 사용한 돈 가운데 용처가 불분명한 2억7000만원과 과거 집행부가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73억원 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의협의 제59차 정기대의원 총회에 제출된 감사보고서에 정치권 로비 창구인 의정회의 활동자금 중 장동익 회장의 재직 기간 지출한 돈 중 일부가 증빙자료가 없다고 지적된 사실이 공개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전날 장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서 압수한 물품들을 분석하면서 협회 관련자 8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임모 전 협회 이사 등이 고발한 협회비와 회장 판공비, 의정회 사업추진비 3억여원의 용처를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특히 장 회장이 직무를 맡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사용한 운영자금 6억4100만원 중 증빙자료 없이 현금 또는 수표로 인출된 2억7200만원과 신용카드 매출전표 등이 첨부된 나머지 액수 등의 사용처를 추적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박철준 1차장검사는“압수물을 분석하면서 필요하면 누구라도 소환조사할 방침”이라면서도 장 회장과 장 회장이 돈을 줬다고 한 정치인에 대해서는“장 회장 본인이 한 차례 조사를 받았고, 국회에 출석해 ‘과장 발언’이었다고 해명하는 등 진술을 바꾸고 있는 데다가 녹취록 내용만으로 소환 조사할 수는 없어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구체적인 혐의를 파악하는 데 당분간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의협 녹취록에서 한 대의원이 "의정회가 오랫동안 지속돼 왔고 의협의 정치세력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의협 전 임원도 "전임 집행부가 분식회계를 통해 73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폭로했다. 장 회장이 말한 금품로비 외에 의정회를 통해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금품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고 액수도 예상보다 클 수 있음을 암시한다.
검찰은 이와 함께 국회의원 및 보좌관들이 법안 심사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개입했는지도 면밀히 검토중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의협 자금 흐름 윤곽을 파악하는 다음주 중반 이후부터 전·현직 집행부와 관련 정치인들의 줄소환이 예상된다.
한편 의협은 최근 장동익 회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이날 상임이사회를 열어 회장 직무대행에 김성덕(62) 서울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를 선출했다. 상임이사진은 이날 전원 사표를 제출했으며, 장 회장의 사표는 직무대행 체제가 시작되는 30일 수리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