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3할 타자인데 아쉽다. 올 시즌 이대호(32·소프트뱅크 호크스)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이대호는 지난 7일 일본 후쿠오카현의 야후 오크돔에서 열린 2014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1루수 겸 4번타자로 선발출전해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최근 2경기 연속 안타를 쳤던 이대호는 이날 세이부 선발 노가미 료마의 구위에 막혀 안타를 치지 못했다. 시즌 타율도 종전 0.307에서 0.304(496타수 151안타)로 떨어졌다. 시즌 14홈런에 56타점 52득점이 9월7일 현재 성적이다.
이대호는 시즌도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3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부진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시즌 내내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소프트뱅크도 이대호를 신임하고 있다. 라인업엔 항상 이대호가 4번타자다. 3번 우치카와 세이치와 함께 강력한 중심타선을 구축하고 있다.
오릭스 버펄로스의 이토이 요시오가 0.324로 퍼시픽리그 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타율 2위부터 5위까지 모두 소프트뱅크 타자들이 포진해 있다. 소프트뱅크가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원동력이다. 야나기타 유키(0.317), 우치카와(0.316), 나카무라 아키라(0.310), 이대호 순이다. 퍼시픽리그엔 3할 타자가 6명밖에 없다. 이대호가 얼마나 대단한 타자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분명 이대호는 리그 정상급 타자다. 그러나 올해 이대호의 성적 중 아쉬운 부분은 바로 득점권타율이다. 득점권타율 30위 안에도 이대호의 이름은 없다. 이대호의 현재 성적은 0.232(142타수 33안타)다. 득점권 상황에서 홈런은 1개밖에 없고 타점도 38점이 전부다.
일본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는 "소프트뱅크 타선의 파괴력에 비해서 승부처에서 힘이 없다"는 지적을 한다. 이대호를 겨냥한 쓴소리다.
소프트뱅크 아키야마 고지 감독도 경기에서 패한 후 "점수를 뽑아야 할 때 집중력을 갖지 못했다"는 발언을 여러 번 했다.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승부처에서 약하다'란 인식을 바꿔야 하는 게 급선무라고 평가하곤 한다.
때문에 무기력하게 패할 때면 팀의 중심인 이대호가 비난을 받기 일쑤다. 지난 2년간 약체 오릭스에서 활약할 때도 2년 연속 24홈런 91타점을 기록했는데 소프트뱅크에서의 활약상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우투수에게 약한 점도 아쉽다. 이대호는 올해 좌투수를 상대로 0.390의 타율(123타수 48안타)에 5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반면 우투수를 상대로는 0.276의 타율(0.373타수 103안타)에 9홈런 33타점을 올렸다. 지난 2년간 좌투수를 상대로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는 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 야구를 3년째 경험하면서 노림수는 좋아졌지만, 아직 정교한 투수들을 상대하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떨어지는 변화구와 몸쪽 승부에 애를 먹고 있다. 다소 소극적인 타격도 아쉽다. 팀배팅도 좋지만, 4번타자의 화끈한 한 방이 기다려질 때도 많다. 또한 병살타가 리그 1위(16개)인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성적표는 이대호 본인도 만족스러워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비난과 압박 속에서 여전히 4번타자로 타석에 들어선다. 4번타자의 숙명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 이대호는 존재만으로 힘이 될 수 있는 타자다. 당장 성적이 나쁘다고 해도 중요한 순간엔 버팀목이 되는 선수다.
이대호가 라인업에 있는 건 분명 다르다. 상대 투수에게 까다로운 타자임은 틀림없다. 장타 능력과 밀어치는 능력은 확실히 탁월하다. 우치카와가 좋은 타율과 많은 타점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이대호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 좋은 타자는 후속타자에게도 영향력을 미친다.
아직 정규리그가 18경기나 남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걸 감안하면 아직 이대호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조금은 과감해진 이대호의 스윙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