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나란히 탈락한 한국과 일본이 5일 각각 안방에서 남미 팀들과 평가전을 치렀다.
그러나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아직 새로운 사령탑이 부임하지 않아 신태용 코치가 감독 대행을 해야 했던 한국(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은 경기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복병' 베네수엘라(랭킹 29위)와 치른 평가전에서 3-1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반전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일찌감치 하비에르 아기레 전 멕시코 대표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전열을 정비해 기대감을 높여온 일본(랭킹 44위)은 일본 홋카이도의 삿포로돔에서 치른 '강호'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전력 차를 실감하며 0-2로 무너졌다.
이번 평가전의 엔트리 22명을 짜면서 아기레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출전했던 선수 23명 중 12명만 남기고 나머지는 새 얼굴들로 채웠다. 이날 우루과이전에는 오카자키 신지(마인츠), 혼다 케이스케(AC밀란) 등 기존 멤버들과 새로 발탁한 미나가와 유스케(산프레체 히로시마) 등을 함께 내세웠다. .
우루과이는 엔트리 22명 중 월드컵 멤버가 16명이나 됐다. 월드컵에서 핵이빨 파문을 일으켰던 루이스 수아레스(FC바르셀로나)는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아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에딘손 카바니(파리생제르망), 막시 페레이라(벤피카), 디에고 고딘(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정예들이 앞장섰다.
역시 일본은 FIFA 랭킹 6위이자 브라질월드컵 16강 진출국인 우루과이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전반 34분 카바니가 트래핑을 하려던 일본 수비수 사카이 타츠야(사간 도스)의 공을 가로챈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어이 없이 선제골을 허용한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전반 21분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의 골킥이 엉뚱하게도 공이 베네수엘라의 마리오 론돈(나시오날)에게 향했고, 론돈은 트래핑 이후에 오른발로 김진현의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슛을 때려 골문을 열었다.
그러나 한국은 선제골을 내준 뒤 오히려 전의를 새롭게 했고, 전반 33분 이명주(알 아인)가 동점골을 터뜨려 승부의 추를 맞췄다. 이어 후반 이동국의 멀티골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와 달리 일본은 동점골은 커녕 우루과이에 추가골까지 허용했다.
후반 25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수비수가 헤딩으로 걷어내려다 놓친 공을 아벨 에르난데스(헐시티)가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바로 골 문 안으로 차넣었다.
일본은 망신을 면하기 위해 총공세를 펼쳤지만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데뷔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한 아기레 감독은 이날 경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두 번의 실수가 승패를 갈랐다. 세계적으로 베스트10에 드는 우루과이 같은 강호 앞에서 실수를 하면 당할 수밖에 없다"며 "집중력이 부족한 선수들도 몇 명 있었다. 공을 보유하고 있을 때 좀 더 빨리 움직여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공을 두고 상대와 경쟁할 때 밀리지 않았다. 2실점을 했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공격적인 면은 실망스럽지 않았다"면서 "오늘 4명이 A매치에 데뷔했다. 일본은 젊은 팀이다. 결과를 내지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지난해 8월에는 3년 간 호흡을 맞췄던 일본이 우루과이에 2-4로 패했다. 오늘은 3차례 연습한 팀이었지만 확실히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노력할 점도 지적했다. "아직도 훈련이 필요하다. 우루과이와 같은 수준에서 겨루기 위해서라면 더 배우고 더 노력해야 하며, 골 결정력도 높여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상대를 바꿔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한국은 우루과이와 추석 당일인 8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맞붙고, 일본은 9일 요코하마에서 베네수엘라를 상대한다.
베네수엘라를 이기면서 우루과이전의 부담을 던 한국이 상승세를 이어갈지, 일본이 한국의 승리에 자극 받아 1패 끝 승리를 일궈낼지 주목된다. 이번 두 차례 평가전은 한국과 일본의 '간접 대결'이라는 의미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