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대한축구협회 이용수(55) 기술위원장이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을 선임한 배경에 대해 "축구에 대한 열정과 헌신적인 자세를 가장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용수 위원장은 5일 오후 5시 경기도 부천 원미구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슈틸리케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열정적인 부분과 헌신적인 부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일 런던에서 2시간 가량 면담을 했다. 현재 슈틸리케 감독이 거주하고 있는 곳은 (스페인) 마드리드인데 요청을 해서 런던에서 만남이 이뤄졌다"고 협상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감독에 대한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면접시험 형태로 협상을 진행하지는 않았다"면서 "연봉 등 중요한 부분만을 제외하고는 편안하게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단점이 될 수 있는 자신의 경험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해줬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좋게 봤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본인이 한국 유소년축구와 여자축구 전반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의사를 표현해 왔는데 이런 부분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독일대표팀의 요아힘 뢰브 감독이나 아르헨티나 알레한드로 사베야 감독을 모셔와도 호불호는 엇갈릴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감독에 대한 모든 논란을 뒤로 하고 한국축구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슈틸리케 감독을 중심으로 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열심히 뛸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감히 최고의 감독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한국축구에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이 계약이 외국인 감독으로서는 마지막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4년 뒤에는 한국 감독이 4년 주기로 여유있게 시간을 갖고 다음 월드컵을 준비할 수 있는 감독에 대한 체제와 신뢰를 갖춰 나가고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바랐다.
앞서 이날 오전 축구협회는 "현재 공석인 A대표팀 신임 감독으로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신임 슈틸리케 감독은 4년 계약으로 2018러시아월드컵까지 한국대표팀을 이끌게 된다. 1994년 아나톨리 비쇼베츠(68)가 최초의 외국인 감독으로 선임된 이후 역대 일곱번째 외국인 감독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이날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예정된 한국과 우루과이의 친선경기를 관전하며 공식적인 업무에 돌입할 예정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공식 취임 기자회견은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 앞서 경기장 인근에서 별도로 열릴 전망이다.
◇이용수 기술위원장 일문일답
- 슈틸리케 감독의 경력을 보고 장기적인 비전으로 선임했나.
"사실 (대화를 나누면서 슈틸리케 감독이 과거에) 독일 유소년팀과 예전 독일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될 뻔한 시기가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독일 청소년대표팀의 감독으로서 오랫동안 활동도 하고 또 독일 축구를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일들을 한 경험을 충분히 고려했다."
- 슈틸리케 감독의 열정 헌신에 동의는 하지만 대표팀 감독과 클럽 감독으로서 큰 대회를 치른 경험이 없다.
"부족한 부분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대표팀을 맡으면서 또 다른 좋은 기록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부산에서 열린 2002년 한·일월드컵 폴란드와의 경기를 봤는데 그 경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공격이든 수비든 선수들이 골 중심으로 끊임없이 압박하며 90분 내내 경기를 끌고 가는 모습을 보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 대표팀과 함께 감독 개인으로서의 좋은 기록도 같이 만들어 갔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 한국 축구 발전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나. 최근 한국 경기를 본 경험은.
"솔직히 청사진까지는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최근 경기는 못 봤다고 했다. 만약에 우리 대표팀을 맡으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 질문했는데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축구를 구사하고 싶다고 했다. 각각 개인이 갖고 있는 장점이 다른데 이를 최대한 활용한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 코칭스태프 인선은.
"코칭스태프는 일단 수석 코치에 해당하는 분은 한 분 정도 이탈리아계 아르헨티나 출신 코치가 함께 오기로 했다."
- 향후 절차는.
"런던에서 이야기할 때는 10월 1일부터 공식적인 국가대표팀으로서의 일을 맡아서 하는 것으로 나누었다. 하지만 그전에 아시안게임도 있고, 선수 파악을 위해서도 그렇고, 9월 8일에 와서 함께 의논하는 가운데 일정은 조금 당겨질 수 있을 것 같다."
- 4년 임기 보장은 확실히 되는 것인가.
"몇 가지 큰 계약 합의사항 중 한 가지는 바로 계약 기간이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출전 가정하에 한국의 마지막 경기까지가 계약 조건으로 포함돼 있다. 계약 해지 조건이 있는데, 한국이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때는 양쪽 모두 아무 조건 없이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 구체적인 연봉은.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연봉에 대한 부담은 30억원 정도라고 생각을 하고 추진을 해왔다. 거기까지만 말씀 드리겠다. 그 범위 안에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