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철마, 통일의 꿈 안고 달릴 수 있을까?

김부삼 기자  2007.04.23 20:04:04

기사프린트

반세기 이상 끊겼던 남북 철로를 통해 통일의 염원을 실은 철마는 달릴 수 있을 것인가.
남과 북이 22일 제 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이하 경추위)에서 지난해 무산된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을 5월 17일 실시키로 합의하면서 철마의 염원이 눈앞에 다가왔다.
북핵 문제로 주춤하던 남북관계 진전에 활력을 주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합의문에 따르면 이를 위한 자재·장비 제공 등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하는 제13차 철도·도로 실무접촉을 오는 27~28일 갖기로 했고 이를 위한 북한 군부의 양해를 얻는 문제에 대해서는 "열차시험운행 이전에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도록 적극 협력한다"는 것으로 해결했다.
◆이번엔 정말 달리나
남북간의 그동안 합의가 그랬던 것처럼 이런 문구가 들어갔다고 실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북한측이 바라는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협력 등과 연계돼 있어 어느 때보다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우리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우리측 경추위원장인 진동수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북측이) 식량차관과 경공업-지하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절감하기 때문에 5월 17일 열차시험운행은 어느 때보다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열차시험운행 실시는 그해 5월 25일로 예정됐다 무산된 바 있고 북측 사정은 그야말로 예측불허여서 이번에도 무산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것.
다만 다음달 17일 열차시험운행을 위한 예비접촉을 해보면 이번에는 시험운행이 가능할 수 있을지 보다 확실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남북은 22일 오전 평양 고려호텔에서 경추위 종결회의를 열어 열차시험운행과 군사보장 조치, 경공업 지원 시기, 쌀 차관 제공 등 쟁점 현안 등에 관한 10개항의 합의문을 채택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열차시험운행이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사업'은 6월 중 병행 추진된다. 우리측은 8000만달러 상당의 의류·신발·비누 등 경공업 제품 생산용 원자재를 6월부터 북측에 유상 제공하고, 북측 자원개발 대상지역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이를 위한 경공업·지하자원개발 협력 실무협의가 다음달 2~4일 개최된다.
진 차관은 "북측의 2·13 합의 이행정도와 우리의 쌀 차관 제공 시기 및 속도를 연계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며 "(이런 입장을) 전체회의 기조발언과 위원장 접촉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합의문은 또 "남측은 동포애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쌀 40만톤을 차관방식으로 북측에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쌀 차관 40만t은 국내산 15만t과 외국산 25만t으로 구성됐으며 실무적인 준비와 절차를 감안해 5월 하순부터 제공하기로 했다.
◆합의보다 실천이 먼저
한나라당에서는 합의 못지않게 실천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북이 열차 시험운행에 합의했지만 2.13 합의나 작년 열차시험 운행 합의 등을 볼 때 대북관계에서는 합의 못지않게 실천이 더 중요함을 새삼 느낀다"며 "그동안 북한은 어렵게 합의를 해놓고도 쉽사리 위반한 전례가 많았다. 정부가 성과에 집착하여 조급하게 합의하기보다는 합의된 사항이라도 제대로 실천하는데 역량을 발휘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형근 최고위원도 "이번 남북 경추위 회담에서 나타났듯이 북한은 자신들의 유리한 이슈를 물고 늘어지며 쌀 등 얻어낼 것은 전부 얻어내는 전술을 구하고 있는데, 이처럼 보상없이는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북한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정부는 마련해야지 끌려가서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철도 시험운행은 군사적 보장조치가 이루어지고 북한이 2.13 합의조치를 조기에 성실히 이행해서 원래 합의문에 있는 날짜대로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철도가 연결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우리측은 벌써부터 철도 연결을 위한 구체적인 점검계획을 세웠다. 남북철도 시험운행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실무접촉에서 논의된다.
시험운행 구간은 지난해 합의된 것과 동일하게 경의선은 문산역에서 개성역까지, 동해선은 제진역에서 금강산역까지로 이 두 노선 모두 이미 철로 복구가 마무리된 상태다.
철도 당국은 시험운행에 앞서 경의선은 오는 26일, 동해선은 다음달 3일 사전 안전점검에 나설 계획.
이에 대해 정재민 철도시설공단 남북철도 PM팀장은 "궤도검진차를 투입해 사전 안전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궤도보수 등을 해서 시험운행에 차질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험운행 자체가 남북철도의 전면 개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열차 시험운행이 이뤄지면, 남한의 경공업 원자재와 북한의 지하자원을 교환하는 남북 협력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경의선의 일부 구간을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출퇴근용으로 개통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