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동양사태로 손실을 본 투자자 1만6000여명에 대한 배상비율이 15∼50% 수준으로 결정됐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기자실에서 "분쟁 조정 위원회를 열어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 1만6015명(3만5754건)에 대한 배상비율을 이같은 수준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 원장에 따르면 분쟁 조정 위원회는 신청자 가운데 1만2441명(2만4028건)에 대해서만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를 인정했다. 총 손해배상액은 625억원, 평균배상비율은 22.9%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들은 기업회생절차에서 법원이 인가한 회생계획에 따라 발행회사로부터 5892억원의 약 53.7%인 3165억원을 변제받고, 이번 분쟁조정으로 동양증권으로부터 625억원의 손해배상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투자 금액의 64.3%(3791억원)를 회수할 수 있게 됐다.
위원회는 불완전판매 유형을 ▲적합성 위반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 등으로 분류하고, 중복 위반 여부 등에 따라 기본배상비율을 20~40%로 차등 적용했다.
CP와 전자단기사채의 경우 증권신고서 공시 없이 발행됨에 따라 피해자들이 투자정보를 확인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점이 고려돼 5%포인트의 배상비율이 추가됐다. 투자자의 나이에 따라서도 5~10%p가 가산됐다.
또 투자경험의 정도에 따라 2~10%p, 투자금액에 따라 5~10%p의 배상비율이 각각 차감됐다.
위원회는 이와 함께 투자피해자의 실질적 배상액 확보를 위해 배상하한선을 회사채 20%, CP 25%로 각각 설정했다. 다만 투자횟수가 30회를 넘을 경우 배상하한선을 15%로 낮췄다.
동양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발행된 티와이석세스 전자단기사채(2627건)의 경우, 동양인터내셔날 등이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는 이유로 손해배상대상에서 제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쟁조정위 회의에서 배상비율이 결정된 후 관련 내용이 투자자들에게 발송되는데 10여일이 걸린다"며 "투자자들은 서면 통지를 받은 후 20일 내에 조정 결과를 받아들일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동양과 피해자 측이 모두 조정결과를 받아들이면 배상비율에 따라 손해액 일부가 지급되지만, 한쪽이라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정이 이뤄지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분쟁조정은 법원 판결과 달리 강제성이 없어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조정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는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분쟁조정을 신청한 사람은 2만1000명을 넘어섰지만, 이번 분쟁조정위원회에는 2월까지 조정을 신청한 사람 중 1만6000여명에 대한 조정 안건만 상정된다. 2월 이후에 분쟁조정을 신청했거나, 조사 미비로 이번 조정에서 제외된 사람들은 추가 조정 대상자다.
한편 동양채권자협의회는 이날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양증권은 자본시장법을 위반해 금융업 허가가 취소돼야 마땅함에도 금융당국은 동양증권을 끝까지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동양증권을 즉각 영업정지시켜 두 번 다시 동양사태와 같은 금융사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금감원은 동양증권의 계열사 회사채 불완전 판매에 따른 투자자 피해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검사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투자자 피해 확산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며 최수현 금감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